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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양의 회화는 'N'이라는 가상의 타자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어떤 인물도, 모든 인물이기도 하다. 이름을 부여받지 않은 이 존재는 복수의 정체성을 지닌 상징적 타자이며, 때로는 사람의 형상을, 때로는 동물이나 익숙한 사물의 형태를 취해 화면을 떠돈다. N이 겪는 순간의 서사를 여러 기억이나 추억 속의 요소들과 상징적인 조형들로 재배치하여 축복, 기쁨, 안도, 안정, 바램 등을 함축하고 있다. 루나양은 ‘N’을 통해 우리가 하루에도 몇 겹의 얼굴을 덧입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그림은 구상과 추상적 조형이 뒤섞인 풍경 속에서 이루어진다. 현실의 이미지, 사진에서 빌려온 조각들과 작가만의 상징 기호가 병치되는 방식은 몽타주처럼 기억을 재구성하고 있다. 무의식중 스쳐 간 이미지들이 팝적인 컬러와 조형 안에서 ‘유기물’처럼 놓이며, 익숙하지만 낯선 내면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N’이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모든 이들이 겪어낼 수밖에 없는 불안과 기다림, 기쁨과 평온의 순간을 따뜻한 색채와 조형언어로 소환한다.
삶은 늘 복잡하고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는 다른 얼굴을 하고 다양한 역할 속을 오갑니다. 루나양 작가의 그림 속 ‘N’은 바로 그 모든 사람의 모습입니다. 때로는 지쳐 있고, 때로는 웃고 있는 ‘N’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쩐지 익숙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 안에 우리의 얼굴이 담겨 있기 때문 일지도요. 작품 속 풍경은 일상에서 발견한 감정의 파편들로 채워집니다. 딸이자 엄마이고, 친구이자 동료이며, 누군가의 적이기도 한 우리는 그 모든 역할의 무게를 케이크 조각처럼 한 입 크기로 나누어 놓은 듯한 그림들입니다. 색감은 밝지만 그 안엔 복잡한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스며 있습니다. 때론 따뜻하고, 때론 씁쓸한 감정이 어우러진 진짜 삶의 결입니다. 루나양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일은, 바쁜 삶의 한 가운데서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를 묻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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