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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정 작가의 작업은 마음속 무릉도원을 그려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유쾌하고 낙관적인 분위기 안에는 가족의 안녕,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라는 사적인 소망이 깔려 있다. 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건강하고 단순하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업의 중심을 이룬다. 작가는 민화가 지닌 담백함에 끌렸다고 말한다. 민화는 해석을 강요하지 않으며, 누구나 그 앞에 섰을 때 말보다 먼저 감정이 반응한다. 눈에 익은 색감과 과감한 구성이 낯설지 않고 직관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며, 그 안에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상징들을 덧붙여 자신만의 풍경을 구축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자리한 장소들을 떠올리며 환상적 색채를 덧입히는 과정 속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계단과 창호, 조형물들은 이질적 요소들과 어우러지며 하나의 이상향을 구성한다. 계단은 어디론가 이어지고, 연꽃은 천장에서 피어나며 손은 땅을 뚫고 등장한다. 이 비현실적인 장면은 잠깐 동안 다른 세계를 엿보고, 그 속에서 작가의 따뜻한 소망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정세정 작가는 ‘그저 좋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 그 마음이 전해진다면, 그림은 더 이상 작가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정세정 작가의 그림은 마치 누군가의 꿈이 머물다 간 정원 같습니다. 손을 내밀면 닿을 듯 가까운 풍경인데, 막상 발을 들이려 하면 어디선가 느껴지는 감각에 밀려나는 듯 거리감도 함께 느껴지는데요, 비단처럼 얇은 연분홍의 구름, 사람의 손이 꽉 쥐고 있는 우산, 벽에 번진 녹색 이끼의 감촉이 선명하지만, 흐릿한 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세정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지낸 감각을 건드립니다.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완전히 낯선 세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어린 시절 이름 모들 식물들이 가득했던 정원을 떠올리게 합니다. 잠깐 동안 다른 세계를 엿보고, 그 속에서 나만의 기억을 한 조각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한 장면 안에 상징과 유머, 정서와 구조가 동시에 머무는 이 정원은, 개인적인 욕망과 상상이 표현된 공간입니다. 정세정 작가는 그것을 꾸며내지 않고 솔직하게 그려냅니다. 이 감각을 경험하고 싶다면, 작가의 정원에 한 걸음 들어가 보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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