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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그릴 것인가 보다,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마음이 오래 머문다. 작가는 모든 장르를 하나의 시선으로 꿰려 한다. 인물도, 풍경도, 정물도, 한 조각의 감정도 마찬가지이며, 그 모든 것이 회화 안에서 다시 만나는 방식에 집중한다. 한 장의 그림이 끝나는 시점은 화제(畫題)를 붙이는 순간이다. 함축된 뜻을 담기 위해 화제(畫題)에 한자를 사용한다. 한글이 말의 흐름을 따른다면, 한자는 의미의 구조를 짧게 압축한다. 제목은 해석의 문을 열되, 지나친 설명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랜 시간의 응시와 반복된 붓질로 인해 파생되는 긴 작업 시간은 단지 기술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작가와 대상 사이엔 보이지 않는 층이 하나씩 쌓여간다. 그건 욕망일 수도 있고, 시대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작가는 그 층을 통과해 결국 자기만의 미감과 언어를 통해 드러나며, 그림을 통해 남긴다.
김영일 작가의 그림은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인물과 정물, 누드와 풍경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지만, 그 안엔 공통된 시선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상 너머의 시간, 그리고 화가의 미감을 응축한 재현입니다. 작품의 제목에도 눈길이 머물게 되는데요, 짧은 한자어로 붙여진 화제는 그림을 단순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의미를 압축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상상을 유도하도록 만듭니다. 이처럼 제목과 화면 사이를 오가는 해석의 여백은 회화의 또 다른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화면에 드러난 세부 묘사 속엔 작가의 시선이 깃들어 있는데요, 그것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회화가 시대와 작가 사이에서 가질 수 있는 감각의 위치를 다시 환기시킵니다. 장르나 소재를 뛰어넘어 ‘회화 자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작업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림은 설명보다 감각으로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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