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를 부엌에서 씻으면서 꼭지 하나하나를 떼어 모으다 보면 뭔가 애틋한 감정이 훅 올라온 다. 아마도 방울토마토 꼭지에서 나는 그 특유의 식물 향, 우리가 ‘토마토리프향’이라 부르는 향 때문 일 것이다. 방울토마토는 아직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를 어린 떡잎 때부터 토마토리프향을 품고 있다. 그리고 떡잎이 떨어지고 새 잎이 돋아나면, 작은 잎은 온 힘을 다해 줄기를 키운다. 가느다란 몸으로 흙 속 영 양분을 있는 힘껏 빨아들여 줄기를 굵게 만들고,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잎을 하늘로 힘껏 들어 올 린다. 마침내 노란 꽃을 피우고, 그 꽃을 희생하여 여린 초록빛 열매를 맺는다. 아직 연약한 그 작은 열 매가 안쓰러워 잎들은 더 열심히 햇빛을 향해 뻗어 간다. 그렇게 키운 방울토마토가 어느 순간 태양의 색을 닮아갈 때, 잎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태양을 낳았구나.’ 아마 뿌듯하고 행복해서 온 세상 에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빨갛게 익은 그 열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따인다. 그럼에도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자신이 초록 잎에서 태어났음을 잊지 않으려는 듯, 초록 꼭지와 특유의 향을 간직한 채로 떨어진다. 떨 어진 방울토마토에서도 여전히 그 향이 난다는 사실은, 마치 향수처럼 그리움처럼 나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