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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bles(Memories of hope)展)

모리스 갤러리   I   대전
비눗방울에 담긴 희망과 기억의 이미지

허나영(미술비평)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의 파편이 떠오를 때가 있다. 홍차 향을 맡으며 입에 머금은 마들렌 과자의 기억처럼, 뚜렷한 이유 없이 떠오른 기억에 대한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이용제는 이러한 인간의 기억을 비눗방울에 담아 표현한다. ‘팝!’하고 기억이 떠오르듯, 기억의 이미지가 비눗방울에 담지만, 그 아름다움에 취해 손을 대면 다시 ‘팝!’하고 터져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찰나적 생성과 소멸의 움직임을 가진 기억과 비눗방울은 은유적으로 맞닿는다. 더하여 이용제는 희망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조금 쉬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부터 어릴 적 슈퍼히어로가 되어 지구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희망까지 누구나 그리고 어쩌면 항상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희망이 언젠가는 ‘팝!’하고 터질지라도 말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동화
이용제의 비눗방울 속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이미지들이 담겨있다. 어린 왕자, 판, 백설공주, 슈퍼맨 등으로 동화나 소설, 영화에서 보던 것들이다. 이렇게 ‘보았던 것’은 바로 과거의 ‘기억’이다. 작가가 가진 기억이자 우리가 가진 기억이고, 그렇기에 작품을 통하여 작가와 보는 이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른이 된 현재가 아닌, 어릴 적 즉 과거의 기억이다. 어릴 적 읽었던 백설공주 이야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인어공주, 할리우드 영화 속 슈퍼맨 등, 주로 아이였던 때보고 듣고 느꼈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이용제는 질문을 던진다. 어른이 된 지금, 이 이야기들은 어떻게 느껴지는 지 말이다. 특히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다시 보면서,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신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어린왕자의 별 B-612에서 그를 괴롭히던 장미의 마음이나, 자신을 길들여달라는 여우의 말까지, 어릴 적에는 그저 나쁜 장미, 친절한 여우 정도로만 생각하던 것들이 어른이 되어서는 깊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의 친구들인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가 가지는 결핍 역시, 이제는 그저 재미가 아닌 자신에게 대입을 해보기도 한다.
잔혹 동화 속에서 신데렐라의 구두를 찾는 과정은 잔인하기 그지없고, 그림 형제의 원본 동화 역시 실상 납치와 살인 등 강력범죄가 가득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저 같은 이야기가 다르게 읽힌다는 점에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이야기 속에 담긴 ‘사람 간의 관계’를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B-612에 있는 장미는 언제 어린 왕자를 더 붙들어두기 위하여 이것저것 시키며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여우는 친구를 기다리기 전부터 행복해한다. 그리고 인어공주는 자신이 사라져 버릴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하며, 슈퍼맨은 외계인임에도 사랑하는 지구인을 지키기 위하여 신분을 속인다. 이러한 캐릭터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매력적인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고자 함이 아니라, 각자가 처한 부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에 대한 감정과 약속을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곁의 가족과 함께 하고 싶고 친구와의 약속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의 소소한 이야기 말이다.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찰나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비눗방울은 찰나의 순간만 존재한다. 작가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밤의 꿈>의 분위기와 백일몽(白日夢)이라는 뜻이 주는 이미지 역시 그러한 순간을 담고 있다고 여긴다. 잠에서 깨면 사라져버리는 그러한 환상이다. 하지만 그 환상은 기억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순간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제는 바니타스 정물화처럼 회화로 영원히 고정시키고자 하였다. 실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바니타스 정물화에 투명한 유리나 비눗방울이 그려졌던 것처럼, 곧 소멸해버릴 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그 찰나의 생명을 담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용제의 작품은 바로 소멸될 비눗방울을 통한 바니타스의 메시지를 담는 동시에, 순간만 존재하는 비눗방울과 기억을 그림 속에 고정함으로써 영원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찰나와 영원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는 이중적 화면을 통해 강화된다. 비눗방울은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이미지와 방울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영롱하고 화려한 색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극사실적인 반면, 방울이 있는 화면은 흐려져 있다. 그래서 카메라의 초점을 비눗방울에 두고 있는 것처럼, 전체 화면에서 실상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눗방울에 시선이 가게 된다. 보다 넓은 부분에 더 분명한 의미와 장면이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사실적이고 명확하게 그려진 비눗방울은 표면의 형에 따른 색과 형태의 왜곡으로, 그 속의 이미지는 작아지고 부분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반면 더 넓은 면적에 정확한 시점으로 그려진 배경의 장면은 뿌옇고 흐리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시각의 이중성은 이용제가 말하는 희망과 기억을 닮아있다. 분명 있었던 사실이지만 지금은 흐릿하고, 강렬하게 원하지만 손에 닿지 않기 때문이다.

비눗방울에 담긴 희망의 기억
찰나와 영원, 명확함과 흐릿함이라는 이중성을 통하여 이용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너무나 익숙한 개념과 시각이고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소통하기에 용이하다. 그렇지만 그저 익숙한 것을 편하게 전달한다고 하기엔 그의 작품은 다른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이중적인 간극에 또 다른 의미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이용제는 바로 이 간극에 희망의 기억을 담았다. 어린 시절 옛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품었던 희망과 그에 대한 기억이다. 더불어 그림 속 주인공들이 가지는 희망이다. 인어공주는 사랑하는 왕자님의 행복을 기원하고, 슈퍼맨은 지구의 평화를 꿈꾸며, 어린 왕자는 친구를 우주를 알고 싶어 한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오즈의 마법사를 찾고자 길을 떠난다. 비록 그러한 희망이 이루어지든 그렇지 않든, 현재 처한 상황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꿈꾸는 ‘희망’은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용제는 이러한 희망의 기억을 비눗방울이라는 소재로 시각화하였다. 추상적인 개념이자 물질적 실체가 없는 것을 누구나 이해할 법한 은유적 사물인 비눗방울로 제시하는 것이다. 동시에 작가는 어른이 된 후 이야기들을 다시 보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인간관계나 타인에 대한 감정들을 비눗방울 이미지에 담았다. 어릴 적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이야기 속 인물들의 심정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화면에 녹여내었다.
어쩌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에 거창한 철학이나 종교적 신념은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소설의 한 구절, 영화 속 대사 하나가 마음에 와 닿게 되면, 이를 통해 스스로를 반추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용제의 작품 속 이미지들은 작가가 이야기들 속에서 얻은 깨달음일지 모른다. 그리고 찰나에만 존재하는 비눗방울에 그림을 통하여 영원성을 부여했듯, 작가는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자신과 주인공들의 희망의 기억도 영원하길 바라는 듯하다.
작가가 작품 속에 자신의 희망의 기억을 넣었듯이, 우리 역시 비눗방울 속에 나만의 기억과 희망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팝!’하고 언젠가는 터져버릴 지라도, 그것을 꿈꾸는 지금은 아름답고도 강렬할 테니, 이용제의 작품을 보면서 자신 만의 비눗방울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작가가 찰나와 영원의 간극에 또 다른 이야기를 넣어서 회화로 표현하길 기대해본다.

전시 정보

작가 이용제
장소 모리스 갤러리
기간 2018-10-04 ~ 2018-10-10
시간 10:00 ~ 19:00
관람료 무료
주최 모리스 갤러리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42-867-7009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모리스 갤러리  I  042-867-7009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대로 576 (도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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