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작가의 작업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쌓여가는 감정과 기억, 관계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중심에는 ‘테이블’이라는 일상의 장소가 있다. 그에게 테이블은 단순히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놓는 생활 도구가 아니다. 테이블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교차하고, 감정의 진동이 머물며, 시간이 응축되는 심리적 장소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테이블 위에 남겨진 감각의 잔상들에 주목하며, 이를 바탕으로 화면 위에 심리적 흐름과 상상된 장면들을 구성해 나간다. 작품 속 장면이나 오브제는 어떤 고정된 질서나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감정의 리듬과 시선의 흐름, 그리고 내면의 정서에 따라 유동적으로 배열된다. 이에 따라 작가의 회화는 명확한 중심이나 구도를 갖기보다는 감정의 농도와 시간의 결을 따라 다층적으로 전개된다. 형태들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선들은 감정의 구조에 따라 흐르며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작품 속 요소들의 유동성은 작품에 생동감을 더하며, 보는 이에게는 하나의 고정된 해석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작가의 작업은 디지털 드로잉에서 출발합니다. 디지털 매체 특유의 즉시성과 분리성은 작가가 정서적 요소들을 명확히 인지하고 포착할 수 있게 하며, 이후의 회화 과정에서도 그 감각의 간격들이 유의미한 층으로 작용하게 합니다. 회화적 장치인 드로잉 적인 선의 흐름, 이미지 간의 간격과 밀도, 비정형적인 층 구조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일상이라는 익숙한 배경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남고, 흐르고, 다시 떠오르는지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테이블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고, 감각의 흔적들을 화면 위에 쌓아 올리는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내면과 마주하게 만드는데요. 이는 단순히 어떤 풍경을 보는 경험이 아니라, 일상 속 정서적 잔향을 느끼고 그 감정의 구조를 상상해 보게 하는 깊은 감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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