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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빈 작가의 작업은 익숙한 도시를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도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총합이자, 하나의 시대를 상징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수직과 수평의 조형 요소들은 도시를 지탱하는 견고한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불규칙하면서도 유연하게 흐른다. 이처럼 직선적인 도시의 구조와 곡선적인 인간의 삶은 하나의 캔버스 위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고, 이러한 대비는 규칙과 무질서, 질서와 우연, 이성과 감정이 동시에 존재함을 시사한다. 작가는 건축물을 구성하는 기둥, 벽면, 계단, 배선, 층위 덩의 요소를 직선과 곡선, 면, 색채로 분리하고 치환함으로써, 이들이 화면 안에서 새로운 위계와 질서를 갖추도록 한다. 배치된 각각의 요소들은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통합된 화면을 형성한다. 이는 모든 면적 간에 인과적인 필연성과 관계적인 연대성을 부여하는 작업이기도 한것이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도시 길목의 구석과 그 아래를 흐르는 수많은 연결과 구조물들처럼 말입니다. 윤혜빈 작가의 그림은 그러한 보이지 않는 흐름에 관해 말하고자 합니다. 건물의 기둥이나 벽면,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전선 하나까지도 그녀의 시선 안에서는 숨결을 가진 생명처럼 살아납니다. 도시를 걷다 보면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이곳에 존재하게 되었을까. 윤혜빈 작가는 그 시작점을 되묻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선과 면, 색과 리듬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 말합니다. 특히 그녀가 포착하는 '밤의 도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낯의 활기와는 다른 숨결, 인공의 빛이 물들인 고요한 감정들 안에서 내면의 파편들을 마주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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