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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빈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드러내고자 하는 단순한 모순으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도시는 인간 삶의 총합이자 시대의 표정이다. 윤혜빈 작가는 도시 공간을 낯선 눈으로 관찰하며, 그 안에 깃든 무수한 비가시적 네트워크를 포착한다. 건축 자재, 배선, 계단, 벽면처럼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물들은 비록 드러나지 않지만, 서로 긴밀히 연결되며 도시 문명을 지탱한다. 작가는 건축물의 기둥, 벽면, 계단, 배선, 서로 다른 층 위의 지면 등을 직선, 곡선, 면, 색채들로 분리하고 치환하여, 그것들이 캔버스 안에 새로운 위계, 질서를 부여하는 조형요소로써 기능케 한다. 건축의 요소들을 직선, 곡선, 면, 색채로 해체하고 재조합하여, 캔버스 위에 새로운 질서와 관계를 부여한다. 또한 각각의 조형 요소는 단절된 개체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유기적 네트워크로 작동하며 화면을 이루어간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도시의 복잡한 구조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 재해석한다. 낮과 밤은 단순히 빛의 유무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해가 지고 나면 도시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진다. 자연의 어둠과 인간의 의도가 교차하는 공간 속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빛을 따라 변하는 사람들의 태도, 감정, 생각이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윤혜빈은 그러한 밤의 풍경을 포착하며, 도시라는 유기체가 가진 이중성을 드러낸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도시 길목의 구석과 그 아래를 흐르는 수많은 연결과 구조물들처럼 말입니다. 윤혜빈 작가의 그림은 그러한 보이지 않는 흐름에 관해 말하고자 합니다. 건물의 기둥이나 벽면,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전선 하나까지도 그녀의 시선 안에서는 숨결을 가진 생명처럼 살아납니다. 도시를 걷다 보면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이곳에 존재하게 되었을까. 윤혜빈 작가는 그 시작점을 되묻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선과 면, 색과 리듬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 말합니다. 특히 그녀가 포착하는 '밤의 도시'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낯의 활기와는 다른 숨결, 인공의 빛이 물들인 고요한 감정들 안에서 내면의 파편들을 마주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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