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동양화
박사
Chelsea College of Art, UAL (영국)
Fine Art
석사
서울대학교
동양화
학사
시율(示律)은 “운율을 바라보다”라는 뜻의 나의 호(號)이다. 시율도(示律圖)연작은 내가 바라보는(示;observe) 세상의 운율(律;rhythm)을 노래한 그림들이다. 기억이 경험들의 단순한 나열이라면, 추억은 경험들이 만들어낸 감동이다. 같은 기억이라도 어떻게 추억하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운 선율처럼 들려질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나의 첫 작품판매 경험은 7살 때였다. 수채화로 그림 꽃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동네아주머니가 가져가시고는 작은 선물을 주셨다. 내 그림을 인정해주고 그 가치를 지불해주신 고마운 분 덕분에 그 후로 나는 스스로를 ‘꼬마화가’라고 불렀다. 음악을 사랑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예술을 접하며 자랐고, 15살 때 미술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어린 시절부터의 풍부한 음악적 경험을 살린 미술작업은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작가가 되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의 풍부한 음악, 미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예술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내 작업의 큰 목표이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전통음악의 시각화 연구’를 현재 작업의 주제로 잡고 있다. 작업초기에는 음악을 이루는 구성요소인 악기와 음악가, 음악회의 연주장면 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하였다. 다음으로 음악을 듣고 그 소리에 대한 내 개인적인 느낌과 감흥을 표현해보았다. 동양화 전공자로서 옛 그림들을 공부하면서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음악의 신이나 ‘가릉빈가’에도 관심을 가졌다. 또한 ‘조선시대 음악풍속도’에 대해 알아가면서 ‘무신진찬도병(戊申進饌圖屛, 헌종14년, 1848년)’의 재해석을 바탕으로 2012년에 개인전 ‘조율연회도(眺律宴會圖)’를 기획하였다. 최근에 가장 관심을 쏟는 분야는 ‘색(色)과 음(音)’인데, 그 연구과정에서 ‘오색보(五色譜)’를 창안하였다. 이러한 작품 활동을 통해 미술과 음악의 연관성을 찾고 종합예술적인 삶을 살고 싶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업의 주제는 ‘한국전통음악’으로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다양한 표현방식을 구사해왔다. 크게 구분하자면 평면회화와 복합매체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평면회화로, 전통동양화와 옻칠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떠올리는 나의 개인적인 감흥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에는 평면회화가 가장 용이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음악적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퍼포먼스, 사운드 아트, 설치, 영상작업 등의 복합매체 작업이 필요했다. 복합매체는 2009년 영국유학 시절부터 시작되었는데, 음악을 회화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 직접 작품에 소리를 차용해 더 적극적으로 풀이해보려는 시도였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내 속마음을 다 드러내어 맨 몸으로 전시장에 서있는 기분이라 쑥스럽다. 하지만 내 피땀 흘린 노력에는 한 치의 부끄럼이 없다. 작품 하나하나 내 자식처럼 애착이 안가는 작품이 없지만, 첫 작품에는 유독 강한 애착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린 첫 해금그림 <천년소리>, 공모전 첫 당선된 금강산 그림 <맑다>, 첫 옻칠회화 그림 <화려하다>, 첫 ‘오색보(五色譜)’ 그림인 <천년만세오색보 (千年萬歲五色譜)> 등이 그 예이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작품 창작활동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아표출의 욕구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사적인 경험을 표출하고 공유하는 것을 창작의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나의 삶은 미술과 음악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음악을 전공하신 부모님 덕에 어렸을 때부터 음악회에 가고 음악을 듣고 음악가와 교류하는 것은 내 일상의 일부였다. 음악적 경험이 많아서 음악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었으나, 시각적인 표현을 더 좋아하는 나의 개인적 성향을 고려하여 미술을 전공하였다. 그리고 음악은 지금까지 나의 동경의 대상이자 미술작품의 꾸준한 소재와 주제가 되어주고 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도 나의 작업의 큰 주제는 동일할 것이다. 다만 주제를 표현하는 표현방식이나 세부적인 소재들은 변할 것이다. 어떠한 길을 걸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도착지는 분명하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안주하지 않고 항상 살아있는 생명력을 지닌 작가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없더라도 내 작품들은 영생(永生)을 얻어 많은 이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고 살아있기를 원한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해금을 배웠다. 하지만 전공으로 삼지는 않고, 대학생이 되어 동아리활동을 통해 취미로 이어가고 있다. 음악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같은 곡을 반복해서 지겹게 연습해야 한다고 느낀 반면에, 미술가가 되기 위해 하얀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은 매번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그 시절에는 같은 석고상과 정물을 반복해서 그렸음에도, 나에게는 매일 달라지는 빛이나 미묘한 시선의 차이들이 매번 새로웠다. 그만큼 즐기면서 미술을 배웠고 선택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도 나는 미술을 좋아했고, 평생 미술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음악은 내 평생의 취미가 되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예술가는 힘들어야 한다는 왜곡된 환상으로 나 자신을 고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산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느끼는 이 괴로움 없이 100% 행복함 가득 산다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노력할 것이다. 행복 가득한 내 삶에서 얻은 에너지를 작품에 담아서 관객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내 작품이 누구나 가지고 싶은 ‘행복’ 그 자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