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운 Mystic forms. 익숙하지만 낯선 기념비 - 종교건축. 종교건축물은 그 지역과 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총망라되어있는 총체적 상징이며, 당시의 삶과 생활상을 오롯이 담고 있는 기념비로, 세계의 중심에 있는 위대한 공간이다. 삶의 깊숙한 곳에 항상 존재하는 익숙한 세속적 공간이지만, 절대자의 성스러움과 경외감을 드러내는 낯선 공간이기도 하다. 수없이 중첩된 선 사이에 압축된 시간의 주름. 이여운은 공간감과 서사가 철저히 무시된 평면 위에 성당, 절 등 종교건축물의 외형을 수없이 중첩된 선으로 구현한다. 가느다란 한 줄의 선은 하나하나 켜켜이 쌓이며 중첩되고, 하나의 형태를 완성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하고 기호와 상징이 되고 형태와 양식(Form)이 되어 하나의 건축물을 이루었듯 무수히 많은 선을 그리고 그리는 과정 안에서 시간은 중첩되고 압축되어 정지된 화면 위에 드러난다. 가상공간에 복제된 형태의 낯섦, 위대한 껍데기. 무수한 흔들리는 선들은 원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에 표시하며 자리잡게 해 줌으로서 어떠한 사상과 상징화된 공간이 아닌 자리를 존재하게 해 주는 인간의 주체성이 곧 문명의 중추임을 이야기한다. 익숙하지만 낯선 중심이었던 공간의 형태가 아무것도 없는 빈 화면 위에 자리잡으면서, 보는 이들은 실재의 익숙한 건물과 가상공간에 복제된 형태의 낯섦을 경험하고, 세상의 중심, 관념적 상징의 중심이었던 위대한 것 역시 하나의 껍데기로, 무수한 시간 안에서 인간의 위치, 자리잡음의 과정에서 생성된 것임을 확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