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速의 時 최혜정 작가 개인전 시간의 흐름 속을 살아감에 따라 주어진 바람, 願을 그리는 전시이다. 전시의 작업들이 가지는 축은 하나이다. 인간의 앞에 거대한 신처럼 군림하는 시간에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듯이 유영하면서 사는 것은 자신만의 시간을 축적해 나가는 일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아무 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듯 보이는 생의 한 순간에 멈춰 서서 돌아보면, 각자의 인생은 특정한 궤적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마치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개인의 지문처럼. 이러한 개인만의 역사들은 일차적인 美醜의 판별을 거부하고 그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시간의 축적들이야말로 타인의 판단을 허락하지 않는 진정한 美의 파편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생각을 멈추고 잠시 쉬는 순간이 필요하다. 생각을 멈출 때, 생각을 하지 않을 때 진정한 행복이 온다는 혜민 스님은 생각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니 내것이 아니라고 한다. 내것이 아닌, 날뛰는 것들에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낼 필요가 있을까. 자아를 붙잡는 수많은 생각들- 일어나지 않은 일과 이미 일어나 바꿀 수 없는 업들-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현재를 사는 일을 그만두길 바라는 바람이 이 전시에 담겨 있다. 애쓸 것 없이, 바꿀 것 없이 그저 한 인생 그 자체가 있는 그대로 아름답길 바란다. 소소한 깨달음을 線을 통해 드려내며, 그것의 축적을 시각화하는 작업들을 2016년 이래 해왔다. 그 작업들의 첫번째 시기를 구획짓기 위해서 한해를 정리해보는 동시에 새로 오는 해의 작업 방향을 스스로에게 제시해 보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