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쉼표, 오랫동안 불면증을 앓았다. 좀처럼 잠에 이르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서성거렸다. 밤새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분명 지쳐있었다. 밤이 괴로운 이유를 찾아야했다. 수시로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해졌다. 감정이 우둔해질 때마다 그림에 매달렸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을 그때 이해했다. 그림에 몰두할 때만 삶의 바통이 오롯이 내 것인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나의 주인공들은 행복하지 못했다. 행복하지 못한 시간은 그 후로도 길게 이어졌다. 방황도 한없이 늘어졌다. 내가 나인 이유는 무엇일까. 수없이 아침이 오는 소리를 기다렸다.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늘 곁에 있던 친구는 사라지고 없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렸다. 비움의 미학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작별의 아름다움을 생각을 했다. 깨고 싶었다. 부수고 싶었다. 풀려나고 싶었다. 깜깜한 터널을 무너뜨리고 무서운 꿈에서 도망쳐 나오고 싶었다. 두터운 장막이 걷히면서 내게도 휴식이 찾아왔다. 나의 주인공들도 잠에서 깨어났다. 가까운 자연 속에서 쉼을 찾았다. 내가 원하는 물음에 그들이 원하는 물음에 적극적으로 답해야했다. 하늘과 땅의 것들을 생각하며 이유를 찾아나갔다. 누구든 쉬어가면 좋겠다. 아픔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봄을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와 당신의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림이 자꾸만 차분해지는 이유가 이상하게 슬픔과 겹쳐졌지만 아프지 않다. 조금정도 달콤 씁쓸하다. 오늘도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뱉는다. 쉼표다, 호흡이다, 나와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시간이 멈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