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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어디에 남는가

바이브아트스페이스   I   서울
지나간 것은 어디에 남는가


나는 소리를 귀로만 듣지 않는다. 어떤 소리는 피부를 스치고, 폐를 흔들며, 뼈를 타고 이동한다. 소리는 들리는 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극은 신체를 통과하며 미세한 진동과 강도로 남는다. 때로는 그 감각이 기억이나 감정과 얽히면서 처음의 형태를 잃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로 변한다. 나는 이러한 감각의 이동과 잔여에 주목한다.

우리는 하나의 소리를 듣는 순간 청각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감정, 신체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인 경험을 한다. 들리는 순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감각이 시간이 흐른 뒤 특정한 기억이나 감정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소리는 순간적으로 사라지지만 신체를 통과한 자극은 다른 감각과 기억에 영향을 주며 새로운 감각으로 변형되고 축적된다. 중요한 것은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다 그것이 신체를 통과하면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무엇을 남기는가에 있다.

하나의 청각적 자극은 몸을 통과하는 동안 저항하고 변형되며 다른 감각과 기억을 만나 새로운 강도로 응집된다. 화면 위를 따라 이동하는 수직적인 흔적과 드리핑은 소리가 신체를 관통하는 흐름과 시간을 나타내고, 반복되는 붓질과 중첩된 층위는 사라지지 않고 신체에 남아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감각의 잔여를 형성한다. 화면 하단으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물감의 질감은 감각이 이동하고 축적되며 하나의 밀도로 응집되는 과정을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소리나 기억을 특정한 이미지로 재현하기보다 그것들이 신체를 통과하며 만들어낸 흔적과 강도를 화면 위에 남기고자 한다. 회화는 지나간 감각이 다른 형태로 다시 발생하는 장소가 되며, 화면에 남겨진 흔적은 특정한 대상을 재현한 결과가 아니라 감각이 이동하고 변화하며 축적된 시간의 궤적에 가깝다.

감각을 완전히 붙잡기보다 그것이 지나간 뒤에도 신체에 남아 있는 미세한 변화와 흔적을 더듬는다. 보이지 않는 자극은 사라지는 순간에도 다른 형태로 지속되며, 기억과 감각의 층위에서 새로운 경험을 발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남겨진 흔적은 지나간 감각이 다시 감각될 수 있도록 한다. 그곳에는 사라짐과 잔여, 움직임과 응집 사이에 존재하는 감각의 순간을 계속해서 탐구한다.

전시 정보

작가 박은송
장소 바이브아트스페이스
기간 2026-09-15 ~ 2026-09-20
시간 12:00 ~ 18:00
화 ~ 일 12:00~18:00
관람료 무료
주최 바이브아트스페이스
주관 박은송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위치 정보

바이브아트스페이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28 (안국동)

전시 참여 작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