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내게 가장 깊은 위로의 언어입니다. 나는 자연의 형상과 흐름을 바라보며 삶의 균형과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피고 지며, 흔들리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연의 순환은 우리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연잎은 제 작업에서 하나의 추상적 언어로 자리합니다. 둥글고 부드러운 연잎의 형태는 완결된 원이라기보다 미세한 흔들림과 불균형을 품은 ‘완벽하지 않은 원’입니다. 그 유연한 곡선에는 모나지 않은 삶의 태도와, 정해진 틀에 머물지 않는 자유로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저는 연잎의 곡선을 통해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서로의 다름과 조화를 품는 삶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수성 매체에서 이루어지는 번짐과 스며듦의 과정 역시 이러한 사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물과 안료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은, 순리를 거스르기보다 서로 협응하며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삶의 태도를 은유합니다. 의도와 우연이 교차하는 그 과정에서 저는 통제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경계를 고정하기보다 열어두는 조형적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민화가 지닌 상징성과 조형적 전통을 바탕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번지고 겹쳐지는 색, 흐려지는 경계, 그리고 여백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의 결을 화면에 담아냅니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에 찾아오는 고요와 위로, 그리고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회화의 언어로 옮기는 일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흔들림 속에서도 삶은 다시 흐릅니다. 나는 자연의 흐름에 귀 기울이며 색과 선, 곡선과 여백으로 삶과 자연이 서로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안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