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코라는 무엇인가? 선이 만드는 유연한 리듬은 그 길이만큼의 시간을 의미할 수도 있고 선이 지나가며 만든 결은 감정의 흔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의 강도, 리듬에서 느껴지는 속도감, 운집되고 사라지는 공간을 ‘코라(Chōra)’ 칭하고 그 안에서 형상이 해체된 인간을 표현하고자 한다. 내가 사유하는 인간은 흐릿하고 분화되지 않은 존재이다. 나의 작업을 통해 <기억>, <시간>, <죽음>을 이어 <재탄생>을 상상하며 그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 인간을 잠재적인 가능태로써 작가가 의도한 배치와 구도속에서 재탄생의 순간을 출현시키고자 한다. 나는 흩어지고 사라지는 상실의 경험을 현실의 물질에 응결시켜 가지고자 하던 인간의 나약한 내면의 욕망을 바라보고 있다. 2023년-2024년 「단절과 연결」 시리즈를 거치며 실은 선들의 직조를 통해 형성되는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때 화면은 재현의 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과 시간의 층위가 얽히는 관계적 장으로 작동한다. 선의 중첩과 교차는 일정한 방향성을 갖지 않은 채 밀도와 강도의 변화를 형성하며, 화면 전반에 걸쳐 유동적인 리듬을 구축한다. 공리화 될 수 없는 ‘코라(Chōra)’를 작가적 해석으로 존재와 비존재의 틈을 열어 침묵의 공간에서 인간의 신체가 액화되고 해체되어 고정된 주체의 개념을 흔들고, '코라’적 공간안에서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새로운 존재의 출현을 기다리는 장소를 만들고 있다. 화면 속 끊임없이 변주하는 선들의 율동은 내면 깊은 곳에서 감각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미세한 톤의 차이 속에 숨은 앵프라맹스적 회화성은 현대인의 모호한 정서를 건드리며, 잊힌 감각을 다시 불러낸다. 관람자는 표상을 넘어서는 시각적 체험 속에서, 어긋나듯 교차하는 시선과 의식이 만나 활성화되는 새로운 감각의 차원을 마주하게 된다. 사라지고 흩어지는 틈 속에서도 내면의 강인함이 깨어나길 바라며, 인간이 다시 태어나는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