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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뚫고 지나가는 것

구로 청년이룸 아트스페이스   I   서울
나는 오랫동안 기억을 떠올리는 데 있어 시각이 가장 지배적인 감각이라고 믿어왔다. 기억은 흔히 이미지와 형태로 저장되고 호출된다고 여겼고, 나 역시 감정과 서사를 붙잡기 위해 시각적 재현에 의존해 왔다. 바다는 그러한 시도의 중심에 놓인 이미지였다.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하나의 장면으로 응결되는 바다는 사라지기 쉬운 감정을 주입하고 정리할 수 있는 ‘다듬어진 풍경’이 되었고, 나에게는 기억을 고정하기 위한 시각적 장치이자 감정을 머무르게 하기 위한 화면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파도 소리를 듣는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기억이 열렸다. 형태도, 경계도 없는 소리는 오히려 시각보다 더 직접적으로 과거의 장면과 감정, 사소한 생각들까지 연쇄적으로 불러냈다. 이 경험은 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기억은 반드시 눈을 통해서만 재현되는 것이 아니며, 청각 또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감정을 소환하는 강력한 감각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나의 작업은 감각의 이동과 전이에 주목했다. 바다는 더 이상 특정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소리와 진동, 리듬이 시각으로 번역되는 장이 된다. 파도의 반복과 미세한 흔들림,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소리의 흐름은 화면의 밀도와 속도로 전환된다. 소리를 단순히 ‘듣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이 몸을 통과하며 남기는 잔여 감각과 물리적 반응을 화면 위에 옮긴다.

이러한 과정에서 추상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형식이 된다. 소리가 명확한 형태를 갖지 않듯, 감정과 기억 또한 고정된 이미지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상의 외형이나 서사를 설명하는 대신, 감각이 발생하는 순간과 감정이 응결되는 지점에 집중한다. 화면 위에 남겨진 흔적들은 어떤 장면을 재현하기보다는, 감정과 기억이 이동하고 순환했던 궤적에 가깝다.

나의 작업은 감정과 기억이라는 비가시적 요소가 감각을 통해 어떻게 생성되고, 다시 흩어지는지를 탐구한다. 나는 그 순간들을 완전히 붙잡으려 하기보다 잠시 머물렀다 증발해 버리는 감정의 상태를 화면에 남기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회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이유이며, 이 작업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전시 정보

작가 박은송
장소 구로 청년이룸 아트스페이스
기간 2026-03-06 ~ 2026-04-03
시간 10:00 ~ 22:00
월~금 10시-22시
토요일 10시-17시
일요일, 공휴일 휴무
관람료 무료
주최 서울시 구로구
주관 청년이룸 아트스페이스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위치 정보

구로 청년이룸 아트스페이스
서울특별시 구로구 오리로 지하1130 (천왕동) 지하 1층

전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