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영 작가의 이번 전시 《무상의 정원을 거닐다》는 관람객을 일상적 현실의 논리에서 벗어난 초현실적인 공간, 즉 '치유의 섬'으로 인도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이 공간은 바로 '무상(無常)의 정원(The Garden of Impermanence)'이다. 정원은 인간의 손으로 가꾸어지지만, 계절과 시간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변화를 숙명적으로 겪는 공간이다. 작가는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이치를 '무상의 정원'이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담아내며, 불교의 핵심 사상인 '제행무상(諸行無常)'에 대한 깊은 성찰과 그 속에서 진정한 위로를 찾는 방법에 대한 예술적 탐구를 시작한다.
작가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는 '무상의 이치'를 극적으로 시각화한다. 굳건해 보이는 저 거대한 나무줄기조차 땅에 뿌리 박지 못한 채 떠 있다는 사실은 이 아름다움의 덧없음을 더욱 강조한다. 작가의 정원을 '거닐다'라는 행위는 곧 무상의 흐름을 따라 걷는 명상적 행위가 된다. 우리는 일상의 상처와 고통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좌절하지만, 작가의 붓 터치는 고통과 기쁨, 생성과 소멸 모두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임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정원에 피어난 다채로운 꽃들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이는 보는 이의 마음속에도 슬픔과 기쁨이 물처럼 흐르고 변해갈 것임을 암시한다.
동시에, 이 작품은 <부유(浮遊)하는 영원>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다. 정처 없이 떠다니는 섬의 형상은 불안정해 보이지만, 그 안의 작은 집과 정돈된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역설적인 평온함을 선사한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필사적으로 찾고자 하는 '안식처'의 은유다. 작가가 말하는 '치유'란, 변화를 거부하고 어딘가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부유하는 상태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평온함일 것이다. 모든 것이 흘러가버리는 무상의 시간 속에서, 꽃이 만개한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마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영원'임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