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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 개인전 - 문턱과 보이드

유성문화원   I   대전
변동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감각은 빠르게 순환하고 의미는 성급히 수렴된다.

이 회화는 그 속도를 잠시 늦추기 위해, 자연과 건축, 인간과 비인간의 질서가 맞닿는 접면을 문턱으로 규정하고 그 공기를 기록한다. 문턱은 지나가면서도 머물 수 있는 자리이며, 닫힘을 조직하는 프레임과 열림을 예고하는 빛이 포개지는 지대다.

이 접면은 아감벤이 말한 ‘문턱’처럼 내부와 외부가 선명히 갈리지 않으면서 서로 스며드는 자리다. 화면은 그 지대에서 비어 있으되 강한 끌림을 지닌 보이드를 형성하고, 익숙함과 낯섦, 안정과 불안이 함께 놓이도록 장면을 세운다. 장면은 사건의 경계 시간을 길게 당겨 놓는다.

초점은 웅장한 장면 자체가 아니라, 장면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밀도다.

자연의 스케일과 도시 구조물의 스케일에서 감지된 같은 종류의 숭고는 결국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가’의 문제로 수렴되었다. 빠른 결론을 선포하는 회화가 아니라, 단정을 늦추는 회화를 택한다. 남김과 비움의 비율을 조정해 해석의 속도를 돌려주는 일—그것을 회화의 역할로 상정한다.

바슐라르가 말한 ‘거주’의 생각은 화면 안에서 도시의 구조로 바뀐다. 벽과 바닥, 프레임과 경계는 통과와 머묾을 동시에 요청하고, 떨어진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 규칙으로 이어진다. 장소는 풍경의 모사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와 리듬으로 이해된다. 보이드는 그 관계가 모이는 조용한 중심이며, 시선과 호흡을 천천히 묶어 준다.

시간 또한 직선적 사건보다 ‘사이의 시간’에 초점이 맞춰진다. 규범이 잠시 유예되는 그 틈에서 장면은 막 시작되었거나 막 끝난 듯 보이고, 해석은 서두르지 않는다. 환대는 경계를 지우는 제스처가 아니라, 경계의 존재를 자각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열림으로 이해된다. 화면은 열림과 닫힘을 동시에 품고, 내부와 외부는 스며든다. 이 공존은 불안을 키우기보다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만든다. 회화의 윤리는 타인을 규정하는 언어가 아니라, 자리와 간격을 마련하는 배치에 가깝다.

공간의 문법은 구획과 흐름의 간섭으로 다듬어진다. 직각과 비례가 골격을 세우고, 빛과 공기의 층이 그 골격을 사선으로 비틀며 미세한 차이를 만든다.

그렇게 생긴 작은 편차들이 오래 지속되는 긴장을 만든다. 그래서 이 회화는 사물의 나열이 아니라, 들어오는 것과 머무는 것의 경로를 조정하는 배치다.

색채와 물성은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화면의 ‘기압’을 조절하는 장치다. 바탕은 아크릴로 평탄하게 세우고, 결정적 형상과 공기의 두께는 유화의 반투명한 덧칠로 구축한다. 밝음은 엷은 층의 반복으로 도달하며, 경계는 어떤 곳에서는 단단히 응고되고, 다른 곳에서는 부드럽게 풀려 압력 차를 만든다.

전체는 푸른 계열과 회청·청록의 스펙트럼을 축으로 삼되, 분홍·살구·노랑·오렌지 같은 제한된 신호색을 국소적으로 점화해 장면의 박동을 만든다. 검정은 색의 소거가 아니라 별도의 물질처럼 다루어 화면의 중력을 맡긴다.

작업은 빠른 해답보다 지연의 시간을 택한다. 불필요한 단서를 걷어내고, 먼저 빛의 방향과 정적 비율을 설정한다. 이어 간격과 여백이 화면의 호흡을 정돈하고, 서로 다른 형식들 위에 동일한 작동 원리를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초점은 시각적 선명함의 과시가 아니라, 장면 자체가 유지하는 긴장과 균형에 있다. 윤리는 선언이 아니라 배치에서 작동한다. 목표는 완전한 피난처가 아니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기에 더 유효한 임시 거점이며, 그 문턱에서 세계와 서로를 다시 배치해 볼 수 있는 여지다.

전시 정보

작가 김예진
장소 유성문화원
기간 2025-10-15 ~ 2025-10-19
시간 09:00 ~ 17:00
수 12:00 ~ 17:00
목~토 9:00 ~ 17:00
일 9:00 ~ 14:00
관람료 무료
주최 김예진
주관 김예진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10-9954-3432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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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정보

유성문화원
대전광역시 유성구 문화원로 46 (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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