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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수:걸어둔 질문

CN갤러리   I   서울
지구 여자 윤희수의 쓸모없는 것과 더불어 예술하기

충남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삼청동 소재 CN갤러리에서 윤희수의 스물두 번째 개인전 <윤희수: 걸어둔 질문>이 열린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윤희수는 2004년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임용을 계기로 공주에 정착한 후 두 도시를 분주하게 왕래하며 활동하고 있는 공주 기반의 원로 작가이다. 이번 개인전은 쓸모없어 폐기 처분된 사물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를 찾아가는 작가의 긴 여정이 본격적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 “걸어둔 질문”은 작가 스스로 예술에 관한 문답을 구하는 진솔한 과정을 함축한 표현으로 사물과 예술의 관계를 묻고 있다.

이번 전시는 캔버스, 나무 걸상, 달력처럼 버려질 처지에 있는 사물이나 쓸모없는 나무를 모티브로 ‘지우기 남기기’, ‘사유의 걸상’, ‘사라지는 것은 형상을 만든다’라는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지우기 남기기’는 윤희수가 2002년 명화 달력이나 인쇄물을 이용해 처음 시작한 연작 제목이면서, 창작의 방법론을 일컫는 핵심적 개념이다. <지우기 남기기> 연작 중 최근의 ‘캔버스 작업’은 폐기 대상이던 학생들의 과제 캔버스를 소각 위기에서 구출할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남길 흔적은 나무 걸상이나 씨앗을 그려 넣어 살리고 지울 부분은 푸른색 유화로 덮어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우기와 남기기 방법이 상호 배타적 개념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존재하며, 변화하고, 순환하는 사물의 본질”이라는 작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지우기 남기기는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을 넘어 새로운 관계의 생성을 탐구하는 과정 중심적 창작 방법론이며, 더 나아가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겨 보여줄 것인지 배려하는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나무 걸상은 2010년 이후 전 작업 과정에 동반되는 작가를 표상하는 사물이나 진배없다. 텍스트가 있는 걸상, 돌로 다리를 밭친 걸상, 걸상을 메고 자연 속을 걸어가는 작가의 모습을 찍은 영상, 자연 속에 나무 걸상을 설치한 수많은 사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2009년 공주대학교에서 30여 년 동안 학생들이 사용하다 폐기된 500여 개의 나무 걸상은 1970-80년대 공주교도소 원생들이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나무 걸상은 ‘사유의 걸상’이란 주제로 이끄는 예술적 장치다. 바래고 낡았지만 걸터앉을 수 있는 의자는 우리 교육 환경이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및 자본주의에 익숙한 삶, 사물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 나와 만물의 유기적 관계를 재고찰할 것을 제안한다. <발 없는 수업> 또한 초등학교에서 버린 책상과 걸상을 가져와 교육자로서 어린이 교육의 본질과 방향을 질문한 작업이다.

<사라지는 것은 형상을 만든다>와 <발 없는 새>는 공주 ‘예술가의 정원’에 있는 느티나무 그루터기와 해변에서 우연히 발견한 날개 접힌 발 없는 새를 연상시키는 나무토막을 모티브로 삼았다. 두 작품은 나무라는 물질이 소멸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외적 변화와 유기적 관계를 형상화한다. 특히 서서히 죽어가는 느티나무 그루터기가 개미와 버섯의 서식처가 되어가는 것을 목격한 작가는 여기서 지구 생명체 간의 유기적 연결과 리듬을 발견하고,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겸허한 책임 의식을 느낀다.

윤희수는 지구상의 만물은, 느티나무 그루터기처럼 비록 생명이 사라져 가는 물질일지라도,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상호영향을 주고받는 역동적 특성을 갖는다고 믿는다. 나무 걸상처럼 버려지는 사물조차 이미 그것의 생성 과정이 존재하고, 그런 사물이 지구상에 생성된 이상 소멸하기까지 우리 삶과 자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안다. 따라서 작가는 폐기 처분되는 사물이 마치 생명체와 같이 스스로 변화해 다른 물질세계와 균형을 이루는 역동적 시스템의 존재 가능성을 묻고 상상한다. 이 같은 사유에 기반한 윤희수의 예술은 인류세라는 위기를 맞은 지구 생태계의 공존과 상호 배려를 강조해 온 생태페미니즘의 실천 사례이자, 신유물론의 전복적 의미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이론에 닿아 있다.

김현주, 미술사학자

전시 정보

작가 윤희수
장소 CN갤러리
기간 2025-08-20 ~ 2025-08-31
시간 10:00 ~ 18:00
매주 월요일, 법적 공휴일은 휴관입니다.
관람료 무료
무료
주최 충청남도
주관 충남문화관광재단_CN갤러리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39-6406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CN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길 56-7(소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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