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생명의 간극> 간극은 고정된 경계가 아닌 끊임없이 진동하고 유동하는 틈이다. 이는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잠재성과 생명력을 갖는다. 본 전시는 두 작가의 관점으로 본 '생명의 간극'을 이야기한다. 이남경 작가는 ‘실’이라는 일상적 재료를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개념으로 전환시킨다. 유동하는 신체 일부는 해체와 재구성을 거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의 회화는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사회적 폭력을 조용히 직조하며, 반복되는 선과 형상을 통해 감정과 기억의 궤적을 드러낸다. 이러한 조형 언어는 신체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해체하고, 관람자를 감각의 경계에 머물게 한다. 이남경의 그림은 실재와 환영 사이, 감각과 존재의 틈을 탐색하는 무대이자 풍경이다.이남경의 회화는 하나의 공간적 장치이자, 실재와 환영을 오가는 감각의 무대이며, 동시에 인간성과 비인간성, 본질과 잔여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의 풍경이다. 박초혜 작가는 생명의 시작점인 배아를 모티프로 삼아, 생명의 구조와 잠재력을 선보인다. 작품은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 일정한 도자 형태가 4개, 8개로 반복되어 배열된다. 이들은 반복된 형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작품의 내부에서는 기하학적 도형으로 이루어진 불규칙한 구성을 드러낸다. 이는 배아가 동일한 분할 과정을 거치면서도 서로 다른 개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규칙적인 현상 반복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무한한 다양성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생명의 본질이 일정한 규칙 속에서도 무한히 변주되는 존재임을 나타내며, 생명체의 다양성과 조화로움을 인식하도록 한다. 존재의 방식을 고민하고 인간의 고유한 감각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두 작가의 작업은 추상적인 감각의 세계를 명확히 하고, 이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구성은 생명의 감각을 시각화한 것으로서 우리에게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때문에, 관람자인 우리는 전시를 통해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감각의 층위를 넘어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과 사물, 생명체와 맺는 관계를 새롭게 자각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감각과 생명에 대한 지각이 단순한 인지 도구가 아닌, 존재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임을 일깨우며 세계를 다르게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