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자연은 내게 색다른 의미와 감흥으로 다가온다.
사계절의 변화무쌍함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본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은 내게 작업이 되고 삶이 되고 있다. 그 중 특히 나를 작업 속으로 이끄는 자연의 모티브는 꽃이며, 꽃에는 기다림과 순응과 열정과 빛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매섭고 시린 계절을 잘 견뎌내고 새잎이 돋아 생명력 넘치는 연두 빛으로 갈아입는 싱그러운 봄의 꽃...
불볕대지의 이글거리는 열기와 숨 막힐 것 같은 격랑의 에너지를 온 몸으로 흡수하여 그대로 건강하게 발산해 내는 정열의 여름 꽃...
화려한 날을 보내고 한층 원숙한 모습으로 또 다가올 엄동설한을 준비해 가는 처절한 삶의 늦가을 꽃...
다양한 이 모습들을 쉼 없이 관찰하게 하고 늘 가슴 벅차 올라 마음 설레게 한다.

내게 있어 꽃은 외형의 꽃이 아니고 꽃을 통해 내 심상을 찾아가는 과정과 짙은 상념을 발산하게 하는 주된 매개체이다.
새벽이슬을 받아먹고 대지와 호흡하고 하늘의 숨결을 고이 받아 생명의 빛이 되며, 바라보는 이를 닮아 허물을 벗고 그의 소망이 되어가는 과정...
내 작업에 있어 꽃의 정연하고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은 본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형상으로 변형되어 나타나거나, 강렬한 색의 결정체로 때론 한껏 풀어 헤쳐진 채 주위 자연현상과 어우러져 몽환적으로 또는 추상적으로 자유롭게 피어나곤 한다.
내 안의 물레방아로 떨어지는 심상과 상념은 생명과 소망의 에너지가 되어 돌아가고 있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내 안의 에너지를 신명나게 쏟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쏟아 낸 내 분신인 이 작품으로 부터 날마다 새롭고 건강한 에너지를 얻어간다.
이 모든 과정은 내 삶의 최고의 원동력이요, 기쁨과 희망 그 자체이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쉼 없는 이 작업을 통해서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 받으며 주어진 내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삶의 새롭고 건강한 에너지로 샘솟아 피어나는 나의 분신들...
그런 염원의 꽃을 담고 있는 바로 내 삶의 에너지!

2014. 6. 작가노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