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단절과 연결 Disconnections and Connections> 시리즈는 ‘실’을 평면 회화로 재현한 것으로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물질의 개념으로 치환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그림 속 ‘실’에는 본인의 삶과 내면적 심상이 담겨 있다. ‘선’ 이미지로 구현된 ‘실’은 작가의 유기적 사유를 통하여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표현되며 이들이 만드는 방향성을 따라 뻗어 나가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끊임없이 변주하는 ‘선’들의 율동은 다시 살아나는 감각성의 회복에 대한 나의 내면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선이 화면 전체에 조성된 복합성은 추상성이 만드는 구상으로 나타난다. 그림 속 군집형태의 ‘선’들이 만드는 리듬의 공간은 정체성과 이성 없이 실재하며 어떠한 것들을 담고 있는 자궁에 비유되는 크리스테바의 코라(chōra)의 뉘앙스를 담아 그려내고자 하였다. 얇은 선들의 연결과 끊어짐. 엉킴과 풀림은 우리의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며 이런 감각에 따른 지각으로 만들어낸 우리의 에로스(Eros)는 ‘없음’으로 ‘있음’에 대한 갈망을 추구하는 불행한 환상이 삶에 혼재되어 있음을 일깨워준다. 나는 현대인들이 사회에서 고립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과 얇은 실 가닥이 닮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어질 것 같지만 연결된 얇은 실 가닥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삶 속 다양한 관계속에서 나타나는 현대인의 모호한 감정의 내면 세계를 복원하고 감각성의 회복을 향한 탐구로 연결하고자 한다. 우리는 아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에 궁극적으로는 타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희망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은 마음이 여리고 약한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단절과 연결> 시리즈는 급변하는 시회 시스템 속에서 우리의 여러가지 욕망의 차원과 그 기저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느끼고 있지만 그 존재를 보지 못하는 것들을 상기시킴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