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뜬 소가 천리 간다.’ 라는 속담이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느린 시선으로 걷다 보면 마음이 닿고 시선이 머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표현하려 한 것은 그것을 감도는 분위기, 뉘앙스이다. 그러한 장면이나 소재가 된 것들은 시간을 관통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천천히 바라보다보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연결되고 이어지는 고유한 흐름을 감지하게 되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눈으로 쓰다듬으며 마음의 무늬로 그려나가려 한다. 그리고 현실과 상상을 오고가며 시간의 틈을 열어주는 그 무언가들을 통해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나라는 존재의 고유성을 찾아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여행하듯 살아가는 것이 작업의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눈 앞의 것들과 저 멀리서부터 불어와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걸음새 뜬 시선’이 오고 간다.

현재 전시장은 사람들이 직선으로 오고 가며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1층의 창고 갤러리 이다. 시간의 흔적이 스며들어있는 갤러리 공간은 전시를 통해 ‘직선의 걸음 속 샛길의 연결고리’가 되고, 시간의 문턱을 넘어 딴생각으로의 여행을 만들어준다. 전시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고가며 여행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정류장이 되고 우리의 일상에 환기를 불어 넣어준다.


* 본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3 예술창작지원사업 -신진/원로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