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의 ‘Placescape’ 전은 장소와 풍경이라는 두 개념어가 복합되어 있다. 장소와 풍경은 비슷한 의미 같지만, 둘을 나란히 놓고 보자면 차이가 난다. 풍경은 장소로부터 일정 거리를 둔 것이다. 장소는 내가 속한 보다 가까운 곳이고 풍경은 내 시야에 들어오는 공간이다. 풍경은 보다 많은 것들을 담지만 그 구성요소들은 크기가 작고 추상적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원근법적 풍경부터 위성사진으로 포착된 지도까지를 포괄한다. 한편 장소는 나와 친밀한 곳이며 이곳에서의 사물은 보다 크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장소에서의 사물은 독특한 배치와 각도 등이 가능하다. 지도에 기반한 작품이 전시된 1층과 달리, 2층 전시 작품들의 경우, 바로 앞에서 본 듯한 장소도 꽤 많이 등장한다. 여기에서의 장소는 공간적 지각만큼이나 시간적 기억을 포함한다. 그것은 일종의 심상 지도(mental map)이다. 김봄의 추상적 지각과 기억으로 표현해낸 신작 40점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