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동양화 작업을 하는 유혜경작가의 개인전으로써, 평면 작품 19점과 설치 및 영상작품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전시를 통해 동양 신화를 통한 유쾌한 상상 여행을 다녀오시기를 희망합니다.

산해경(山海經)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기서(奇書)로 중국과 변방 지역의 기이한 사물, 인간, 신들에 대한 기록과 그에 대한 삽화가 함께 실려 있는 지리서, 신화집(神話集)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을 전제하면서 비현실적인 산해경은 실재적인 것에 풍부한 상상력을 덧입혀 원초를 자극합니다.

오늘날을 상상력과 이미지, 스토리의 시대로 본다면 신화는 그에 대한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 무릉도원을 노래했던 시인인 도연명은 『산해경』을 읽고 “잠깐 사이에 우주를 돌아보게 된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이 책을 매개로 모든 사물이 상상력의 대상이 된다고 인식한 비결정론자적 시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산해경』에 나오는 풍광은 현실의 공간을 작가의 몽상을 통해 창조된 이상향으로, 화면에 소환된 고대의 산수에는 작가의 상상으로 만든 괴물들이 뛰어놀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환기에 의해 되찾아진 공간의 가치는 지속의 이야기를 수다스럽게 들려줍니다. 이렇게 절대적인 상상력의 영역에서는 우리들은 아주 늦게 오히려 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을 오르내리며 조심스럽게 펼쳐 보이는 전시를 통해 유쾌한 상상여행을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