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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복 조각전

갤러리담   I   서울
신의 손, 조각가의 손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로댕의 조각 중에 신의 손이란 조각이 있다. 거대한 손이 한 쌍의 남녀를 빚어 만드는, 신의 손에 의해 생명체가 탄생하는 극적 순간을 조형한 것이다. 비록 신의 손을 조형한 것이지만, 그 조형은 그대로 예술가의 손에도 해당한다. 비록 형상에 지나지 않지만, 신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을 빚어 만드는 로댕 자신의 자부심이 반영돼 있다. 이처럼 특히 조각가의 손은 예전에 신의 손이 속해져 있던 위상을 물려받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조각가의 손은 존재의 내면과 외면을 아로새겨 존재가 오롯이 드러나게 하는, 존재의 존재다움이 부각되게 하는 도구다. 여기에 스테인리스스틸을 소재로 한 노동집약적인 조각이 있다. 한갓 소재로 하여금 집합과 해체, 부분과 전체와의 유기적인 관계, 밑도 끝도 없이 반영하고 반영되는 반영상, 그리고 상처와 치유의 메타포와 같은 관념을 표상하는 조각이다. 빠르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세상인심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서, 직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걷기와 느리게 살기 그리고 신성한 노동을 추구하는 영성체험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서, 그래서 오히려 그만큼 더 귀하다. 비결정적인 그리고 비정형적인.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윤복의 작품을 접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 조형이 주는 매력에 사로잡힌다. 뭐, 개인적인 인상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여하튼. 보통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치자면 빛을 난반사하는 금속성의 표면질감이 기하학적인 형태와 어우러진 조형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작가의 경우에서처럼 비정형적인 형태며 유기적인 형태에 이 소재가 적용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소재 자체가 다루기가 쉽지 않은 것과도 무관하지가 않을 것인데, 보기에 따라서 소재를 무슨 흙 주무르듯 하는 작가의 작업이 갖는 자유자재한 표현이며 유연한 형태가 그래서 오히려 더 감각적으로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소재가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단조 곧 두드리기, 굽히기, 용접하기, 그리고 최종적으로 광내기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제작과정에 흘렸을 피와 땀이 무색할 정도로 형태는 가볍고 샤프하고 매끄럽다. 지난한 노동과 함께 원하는 감각의 정점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고, 지난한 노동이 가볍고 샤프하고 매끄러운 형태 뒤로 사라지는 지점에 대한 몸적인 이해가 없이는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고, 중량감이 공기 속으로 휘발되는 지점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가 없이는 성취되기 어려운 일이다. 소재를 흙 주무르듯 하는, 어떠한 중량감도 느껴지지가 않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치열했을 노동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는, 그런 면면들이 뒷받침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덧붙이자면, 형태는 무수한 섬세한 굴곡들로 구조화돼 있음에도 어떠한 이음새도 찾아볼 수가 없고, 그 섬세한 굴곡들 위로 반영상이 미끄러질 만큼 완벽한 표면을 보여주고 있다. 굴곡들 위로 반영상이 미끄러진다? 수사적 표현이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반영상의 형태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섬세한 굴곡과 완벽한 표면이 반영상을 왜곡시켜 비정형의 형태로 견인하고 비결정적인 형태로 유인한다. 예기치 못한 형태를 되돌려주는 거울이라고나 할까. 거울치고는 참 희한한 거울이다. 작가는 작품이 과정을 통해서 진화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진화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이처럼 변화무상한 반영상에도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다시, 작품이 과정을 통해서 진화한다는 말은 형태가 사전에 전제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형태가 결정된다(형태가 스스로를 결정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조형은 서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웅크리고 있는 사람 같기도 하고, 흘러내리다 맺힌 물방울 같기도 하고, 흐르다 만 눈물 같기도 하다. 다만 그렇게 보일 뿐 분명한 것도 결정적인 것도 없다. 그렇게 비결정적인, 비정형적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암시적인 형태가 이거지 싶은 알만한 세상의 모든 형태를 싸 안는다.

전시 정보

작가 이윤복
장소 갤러리담
기간 2016-03-17 ~ 2016-03-30
시간 12:00 ~ 18:00
휴관 - 일요일
관람료 500원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738-2745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갤러리담  I  02-738-2745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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