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발점은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합판을 잘라 여러 겹씩 포개서 요철을 만들고 그 위에 사진을 잘라 붙여 평면의 한계를 벗어나 입체적 느낌을 준 작업이 “철탑”이다. 두 번째는 오목 거울에 유제를 발라 인화한 후 부분 부분을 긁어내어 거울에 있는 사진과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한 작업이 “나를 보다”이다. 세 번째는 철판에 과거의 얼굴을 인화해서 부분 부분을 부식시켜 붉거나 푸르게 만들어 과거를 표현했고, 투명판에 현재의 얼굴을 인화한 후 철판과 겹치게 하여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작업이 “ ? ”이다.
나를 가로막는 것은 색이다. 사진은 화면으로 보이는 색감을 인화해보면 내가 보았던 내가 바랐던 색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밀한 점과 요철을 파고, 갈아내고, 나만의 색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합성수지 평판에 흠집을 내고 색을 칠하게 된 작업이 “재탄생”이다.
나를 돌아보며 추억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명상에 잠긴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 푸른 언덕에 앉아 바람을 타고 구름에 오른다. 파란바다로 나가 지평선을 걸어본다. 눈밭에서 뒹굴며 눈싸움도 한다. 병마와 싸웠던 지난 오년의 시간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하나씩 하나씩 죽이던 일. 소재가 정해진 순간부터 매일이 새 날이고 보이는 것마다 새롭고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일어나야 한다. 난 일어날 수 있다.작업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 피곤하고 힘들어도 한 점, 한 점 만들 때마다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파내고 도려내어 새 살을 돋게 하자. 나만의 색을 만들자. 잠시나마 나만의 세계로 들어가 지금의 내가 아닌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