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깨닫기에 충분하기도, 또는 턱없이 부족하기도 한 상대적 길이의 시간을 각자에게 다르게 부여한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순간’들을 사는 인간이 수많은 일들을 겪는 가운데,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거울과 같이 들여다 볼 기회들을 갖게 된다. 그리고 겨울 숲과 같은 고난의 장에서 더 깊은 자아와 관계성을 배우게 된다. <땅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계절을 배경으로 인간의 내면에서 요동쳐 관계성에서 고개를 드는 욕심, 갈등, 분쟁을 비롯해 화합, 연대, 사랑에 이르는 모습들을 담는다.
시간을 사는 우리는, 해를 따라 희망의 아침과 나른한 오후, 그리고 평안의 노을을 마주하는 저녁과 쉬게 하는 밤의 하루를 지나고, 나아가 새 생명의 여린 새싹의 봄으로부터 생명력 넘치어 영영 지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을 지나 노을로 물드는 가을의 성숙을 만나고는 모든 것을 소멸시킬 듯한 혹독한 겨울을 맞닥뜨린다. 다채로움과 향유와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하루’와 ‘계절’은 또한 회복과 새로운 출발을 선사한다.
가히 하나님이 값없이 주신 선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뒤로는 돌이켜 움직이지 않는 오직 전진의 시간을 살며,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소망하는 것에 따라 색과 형태가 다르게 채워져 가는 삶의 ‘여정.’ 그러나 수레바퀴와 같이 시간은 돌이킬 기회를 선사하며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