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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단서

갤러리너트   I   서울
몸의 단서 / 작가노트 중에서 . . .
#episode 2 나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집 근처 어딘가에 자신의 물건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나는 그 물건을 찾기 위해 그녀의 동선을 되짚으며 여기 저기 기웃거렸다. 몇 시간 전 그녀와 함께 걸어왔던 길을 거슬러 가다 보니 손수건 하나가 보였다. 그녀에게 이것이 맞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다른 누군가가 잃어버린 손수건인가 보다. 빨갛고 화려한 이 손수건의 주인은 왠지 이 물건이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길을 걸었다. 어느새 그녀를 마중 나갔던 편의점을 지나서 한참을 더 가고 있었다. 조금 가다 보니 장갑 한 짝이 보인다. 이런 장갑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친구에게 이것이 맞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조금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차근차근 주변을 둘러보았다. 떨어진 장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타킹 한 짝이 보인다. 그녀에게 이게 맞냐고 물었다. 그녀는 맞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나를 만나기도 전의 어느 길목이었다. 출근길, 또 퇴근길. 오늘 내가 오고 가는 길에는 그 길을 공유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밟은 계단을 누군가가 뒤이어 밟고 올라오고 버스를 기다리던 내 옆에 누군가 와서 함께 기다리고 버스가 오면 그 사람은 홀로 남아 또 누군가와 그 자리를 공유하고…... 우리는 상당히 규칙적으로, 많은 시간을 낯선 누군가와 공존한다. 말 한번 섞지 않고 그저 몇 번의 눈길을 보내며 짧게는 몇 초, 길게는 한 두 시간의 순간을 타인들과 함께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낯선 공존의 시간에서 작가는 타인의 존재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던 그 사람이 내 시야에서 벗어난 순간 흐릿해져 사라질 것만 같다. 소멸이나 실종이 아니다. 내 눈과 내 공간에서 벗어난 세계는 실존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며 동시에 그 안을 맴돌던 사람들의 존재가 더욱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기분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던 순간에도 불현듯 찾아오곤 한다. 상대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매 순간 내리꽂는 시선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 짐작은 하지만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끼는 것과 같이 타인에게 동감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몸을 경계로 하여 외부로 표시한 것들만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타인은 각각 한 명의 ‘나’로써 이 세계를 살아간다. ‘나’ 또한 모두의 타인이며 ‘타인’은 모두 각각의 나이다. 그들도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독립된 사생활과 사유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가끔은 자신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을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하거나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들으며 흐릿하게나마 그의 존재가 나와 같음을 인지하게 된다. . . .

전시 정보

작가 이영은
장소 갤러리너트
기간 2017-06-07 ~ 2017-06-13
시간 10:30 ~ 18:30
월~금 10:30 ~ 18:30
토~일 12:00 ~ 18:00
휴관일 - 없음
관람료 무료
주최 갤러리너트
출처 사이트 바로가기
문의 02-3210-3637
(전시 정보 문의는 해당 연락처로 전화해주세요.)

위치 정보

갤러리너트  I  02-598-5333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108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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