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현대인들이 행복에 집착하는 이유는, 행복을 현실이 아닌 이상에서 찾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에 정민경 작가는 이상과 현실 사이를 헤매는 우리의 모습을 '곰'을 통해 대변한다. 작가는 반복되는 일상에 감정과 생각의 길을 잃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흔히들 말하는 '느리고 둔한 곰'과 닮았다고 보았다. 어쩌면 이때의 곰은, 언제였을지 모를 태초의 우리 본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곰이 된 우리는 줄곧 '더 나은 곰'이 되고자 노력한다. 장지에 동양적인 채색 안료로 그려진 곰의 모습은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해 보이지도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적어도 금방 휘발되곤 하는 '행복'에는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다. 작가는 이런 곰의 모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행복이란 바로 그 휘발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 보인다. 마치 곰의 일상을 대변하듯, 작가는 어두운 배경에 곰에게만 노란 조명을 비춘 표현으로 곰 자체를 주인공으로 강조한다. 정민경 작가의 작품을 보면, 우리가 꿈꾸던 낙원이란 없다. 현실과 거리가 먼 낙원보다는, 하나의 작은 정원을 가꿀 수 있기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소망하고 있다.
혹시 여러분들도 "행복하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지는 않으신가요? 어쩌면 우리 모두 지금이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 입에 담고 행복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슬픔은 오래 기억되는 반면, 기쁨은 금방 휘발되어 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행복을 갈구하게 되고, 이는 한순간 집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작가는 우리를 '곰'이라고 상정하고 곰의 일상을 그려냄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행복이란 그 순간의 기쁨을 기억하고 그 휘발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현실이 아닌 이상보다는 현실의 바닷속에서 곰의 행복을 찾아주려 합니다. 이곳에서 곰은 참된 '나'를 발견하고 여느 동화처럼 해피엔딩을 맞이할 것입니다. 끝이 아닌 시작점에 선 '곰'의 일상 조각을 그려낸 정민경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단편과 같습니다. 우리의 무수한 물음들로 이루어진 단편집에 동참하여, 여러분들도 나만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고민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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