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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디 작가는 특정한 장소를 회화적으로 재현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장면 그 자체보다도 그곳에서 자신이 감지한 공기, 빛, 정서에 집중하며 현실의 형태를 새로운 감각의 언어로 표현하는 시도를 지속해온다. 각각의 작품은 하나의 장면이자 동시에 하나의 감정이며 감정과 시선이 머물렀던 시간의 깊이를 포착하려는 예술적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전동성당'을 다룬 작품에서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보다, 황사 낀 3월의 오후, 차가운 공기 속에서 마주한 건물의 분위기와 무게를 담아내려 했다. 실제 건축물의 구조나 비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공기감과 감정의 결이었으며, 화면 속에는 투박하고 주관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 제주도 애월의 석양은 어둠 속에서도 따뜻한 정서로 재해석된 장면이다. 특히 해안가의 현무암을 오팔처럼 반짝이는 보석으로 표현함으로써, 기억 속에 남은 감정의 주관적인 해석을 붙이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묵호항 바닷가 작품은 색채의 실험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단색에 가까운 바닷가를 다채로운 색으로 해석하고, 파도의 물결 하나하나에 리듬과 생동을 부여함으로써 풍경을 재해석 했다. 작가는 앞으로도 자신의 작업 세계를 확장시키고, 표현 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장면을 오래 기억하는 이유는 그곳의 풍경 때문이 아니라, 그 순간 우리가 느꼈던 감정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관광지에 여행을 가도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 그곳은 더 이상 좋은 기억으로만 남지 않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에스디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감정의 결을 따라갑니다. 황사가 내려앉은 오후의 전동성당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제주 애월의 석양은 어둠 속에서도 따뜻한 빛을 품고 있습니다. 작가는 현실의 구조나 색보다, 그 장소에서 자신이 느낀 온도에 따라 색을 고르고 형태를 만듭니다. 시간이 흘러도 오래 남는 감정의 풍경처럼, 작가의 회화는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다층적인 구조의 감정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에스디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며 우리 같이 추억에 대해 얘기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분명 같은 곳을 가더라도 다른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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