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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위에 스며드는 먹과 잉크의 중첩은 색채의 대비를 포함하여 명암과 양음,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시간의 구조를 품고 있다. 흑과 백, 음과 양, 빛과 어둠'. 이 상반된 개념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닌 겹치고 스며들어 하나의 서사를 만든다. 연소영 작가의 작업은 조화와 균형을 탐구하고, 음양의 상호작용과 자연의 흐름 그리고 인간 내면의 고요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시도를 전개하며 작가만의 고유한 작업 세계를 구축한다. 작가에게 있어 먹빛은 잔잔한 물결이 서로 얽히는 움직임과 흐름이다. 먹빛이 한지에 스며드는 느리고도 확실한 과정은 잔잔한 흔적들을 남긴다. 그 흔적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놓치기 쉬운 감정의 결을, 그리고 삶이 중첩된 깊이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내면의 진동과 세계의 질서를 시각화하며, 삶과 자연,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하나의 숨결로 엮어낸다. 작가의 작업을 통해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몇천년부터 은은히 빛나고 있던 자신의 빛과 내면의 조화를 마주하는 사소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먹빛이 스며든 한지 위에 천천히 다가가면, 겹겹이 쌓인 흐름과 잔잔한 흔적 속에서 조화로운 평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소영 작가의 작품은 우연성과 수동적인 선택을 통해 표현되며, 의식적인 통제와 우연의 조화 속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작품 속 과감하고 자유분방한 선이 눈에 띄며, 그 선들은 허물없는 경계 속 부드러운 조화를 통해 마치 물과 어우러지며 부유하는 듯한 모습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가가 우선시하는 가치인 '자유'를 확인할 수 있는 요소인데요, 작가가 말하는 작품 속 자유란 능동적 터치가 아닌 우연성이 주는 표현 안에서 매혹된 것에 '수동적'으로 따라감으로써 강박적인 생각들과 관념을 넘어 다른 세계로 인도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들의 머릿속에는 떠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우려와 걱정들이 있나요? 그것들은 때론 호흡조차 편치 못하게 만들곤 합니다. 직접 불안감과 마주한 채 맞서 싸우기를 택한 작가의 작품은 심란한 정신에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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