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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의 빛은 기억의 결을 닮았다. 일정하지 않은 꺾임과 예측할 수 없는 반사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사소하고 소중한 기억을 발견한다. 권예지 작가는 정체성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찬찬히 쪼개고 붙여낸 자개의 조각들을 통해 감정의 기억과 유년의 잔상을 오롯이 캔버스에 담아낸다. 자개는 작가가 사랑해 온 자연의 모습, 누군가와 나눈 대화, 특정 시간에만 떠오르는 이미지들처럼 일정하지 않은 형태로 반짝이며, 보는 이에게 감각과 감정의 잔재를 환기시킨다. 자개의 불균질한 표면은 감정의 중첩을 표현하는 동시에, 각 조각들은 마치 시간이 축적된 단면처럼 느껴지게 한다. 평면 위의 은은한 파스텔 빛은 내면 깊은 곳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감정의 파동처럼 화면을 채우며, 단단한 물성 위에 스며드는 감각적 온기를 자아낸다. 자개 작업이 가진 노동집약성과 시간성은 곧,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의 가치를 증명한다.
사소한 기억의 반짝이는 조각들이 자개의 표면에 부서지는 듯 흐릅니다. 윤슬처럼 빛나는 자개의 결에는 어느 마당 한 귀퉁이의 나팔꽃, 철새들이 우르르 날아오르던 하늘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닿기 위한 권예지 작가의 여정은 '사소함'에서 출발합니다. 그 사소한 것들을 반짝이는 조각인 자개를 통해 다시 엮어내며 정체성의 뿌리를 향한 탐색을 하였고, 이 과정에서 작가는 유년의 감각과 현재의 자아를 하나의 평면 안에 표현하였습니다. 자개는 쉽게 가공되지 않으며, 일정한 형태로 재단 되지 않기에 오히려 자연의 무질서한 질서를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이를 천천히 붙여가며 과거의 기억을 돌아보고, 마치 명상을 하듯 시간을 쌓아갑니다. 자개가 빛을 반사하듯, 권예지 작가의 작업은 관객의 내면에서 반응을 끌어내고 그로부터 각자의 잊히지 않는 사소한 것들을 꺼내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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