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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의 작업은 환상과 현실, 진실과 허구 사이의 어긋난 경계를 파고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작품 주제 ‘메르헨(Märchen)’은 동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작가의 작품 속에는 전통적 동화의 순수함이나 도덕적 교훈은 없다. 오히려 일정한 동화보다는 '동화적'인 형식을 차용한 일종의 위장된 서사이다. 무표정한 얼굴, 감정이 없는 인간과 닮은 형상의 인형, 동물과 해골의 혼종은 각각 상징적 장치로 기능하며, 우리가 '감정'이라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표정, 역할, 기호로 대체될 수 있는지를 암시한다. 작가의 회화는 현대인의 심리적 상태 중 특히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 자기기만과 방어 기제를 시각화한다. "어른을 연기하는 아이"라는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역할 수행에 갇힌 주체가 처한 존재론적 아이러니를 함축한다. 결국 김혜진 작가의 작업은 '동화적' 이미지라는 허구를 통해 우리가 어떤 종류의 현실을 소비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만든다.
김혜진 작가의 작업은 ‘예쁘다’는 감상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있습니다. '예쁜 작품'이라는 말을 들을 때 오는 불편함과 분명하지 않은 감각에서 작품이 시작되었고, 익숙한 것의 낯설음과 동화적 형식을 빌려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무표정한 인물들, 인형인지 사람인지 모를 형상들, 얼굴을 대신한 해골과 동물의 이미지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가면을 쓴 우리의 모습을 반추하게 합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연기된 일상’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감정과 딜레마 속에 살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아이처럼 흔들리고, 방어하고, 연기하듯 살아갑니다. 작가는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진실에 닿는 통로일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작품 속 인물은 감정을 감추지만, 오히려 그 감추어진 상태가 가장 솔직한 표정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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