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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 작가의 회화는 현실을 흘려보낸 자리에 남겨진 감각들로 채워진다. 단정히 그려진 형상은 있지만, 서사라 할 만한 기승전결은 없다. 풍선, 구름, 나무, 길, 열차, 동물 같은 단출한 도상들이 화면 위에 산재한 채 떠다닌다. 그것들은 붙잡히기보다는 흩어져 있고, 설명되기보다는 그저 거기 존재한다. 우리는 이 유예된 이미지의 파편들을 따라 화면 안을 유영하게 된다. 작가가 붙잡는 것은 ‘의미’라기 보다는 ‘느낌’이다. 자전적 기억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상념들이 언어로 환원되고, 그것은 다시 회화 속에 희석된다. 화면은 단일한 색채로 표현되며, 그 위에 얇게 긁어낸 선묘와 음각 들이 등장한다. 형상은 얇고, 색은 흐릿하며, 질감은 단정하다. 그 어떤 강조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것’들이 나열된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은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다. 오히려 작가가 덜어낸 만큼, 관람자의 개입이 더 깊어질 수 있는 여백이 생긴다. 아무 설명 없는 장면 앞에서 우리는 그저 바라보게 된다. 그의 작품은 한 장면의 서사라기 보다는, 여운에 가깝다. 그래서 보는 이는 의미를 해독하기보다, 감정을 떠올리게 되고, 기억을 불러내게 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입히게 된다.
그림이 말을 아낄 때,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작은 풍선, 반짝이는 구름, 멀리 달리는 기차, 그리고 무심한 듯 흩어진 선과 색들. 처음엔 그냥 귀엽고 단순한 그림 같지만, 바라보고 있을수록 그림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찾게 됩니다. 이 그림에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만히 마주 서 있는 시간 속에서, 관람자 스스로 자기만의 기억이나 상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누구에게는 유년의 한 장면이 되고, 또 누구에게는 요즘의 마음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보다 어떤 기분이 드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형태는 간단하고 색은 옅지만, 그 여백 덕분에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복잡한 해석보다, 그림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 하나에 집중해 보세요. 작가는 그림을 통해 많은 것을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덜어냄으로써, 더 많이 느끼게 만듭니다. 잠시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눈으로 산책하듯이 그림들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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