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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은 작가의 ‘Analog’ 시리즈는 바쁘게 흘러가는 오늘날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낸 속도를 다시 상기시킨다. 작가는 필름 카메라, 카세트테이프, 타자기 등 한때 우리와 함께했던 아날로그 기기들을 회화의 주인공으로 소환하고, 그 위에 꽃과 식물의 생명력을 덧입힌다. 버튼 하나에 담긴 기다림, 테이프를 감는 손길, 타자기의 리듬 속에 우리의 집중과 애정, 설렘이 배어 있던 사물이 전해 주는 기억 위에 자연의 식물 이미지를 겹쳐 배치하며, 감정이 천천히 피어나는 장면을 시각화한다. 인공과 자연, 기계와 감정이라는 이질적 요소들은 회화 속에서 마치 한 생태계를 이루듯 조화롭게 놓이며, 인간과 사물, 기억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은유한다. 작업에 사용된 진채화 기법은 엷은 색을 여러 겹 덧입히는 느린 방식이다. 진채화 기법을 통해 한 겹 한 겹 색을 쌓아가는 방식은 빠름과 효율성이 미덕인 오늘날에 역행하는 태도로, 작가는 이 느림의 과정을 ‘감정의 여백’이라 표현한다. 김다은 작가의 ‘Analog’ 시리즈를 통해, 관람자가 잠시 멈추어 서서 느리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여러분은 사진을 찍고 며칠을 기다린 끝에 받아본 적이 있나요?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다리는 마음은, 우리의 추억을 곱씹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김다은 작가의 ‘Analog’ 시리즈는 그렇게 잊히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함에 대해 말합니다. 어느 시절을 향한 향수에 대한 작업이기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속도에 관해 깊이 사유합니다. 꽃은 급히 피어나지 않습니다. 계절을 견디고 기다림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피어납니다. 작가의 그림 속 아날로그 기기들과 함께 놓여 있는 꽃들은 같은 속도로 우리 삶 속의 느린 감정과 닮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결국 우리가 잃어가던 정서적 시간을 회복하자는 뜻을 전합니다. 오랜 세월 함께한 기계에 마음을 주듯, 힘든 하루를 보내고 녹이 슬어버린 기계와도 같은 나 자신을 위로해 주는 작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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