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수 작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행복의 기운을 동물의 형상을 통해 끄집어내며,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작품 속에 표현하였다. 특히 고슴도치를 주요 모티브로 삼는 작업은 현대인의 상처받은 내면과 자기방어 기제를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연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자라난 가시는 때로 타인을 찌르고, 자기 자신마저 상처 입히곤 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 가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작품에 나타낸다. 날 선 감정을 부드러운 색채로 포용하고, 가시를 품은 고슴도치가 천천히 배를 드러내는 과정인 신뢰와 회복의 시간을, 겹겹이 쌓인 한지와 비단 위에 담아낸다. 전통 한국화 기법과 더불어 순지와 비단이라는 투명한 매체를 병치하는 방식은 감정을 가리고 숨기는 동시에, 서서히 드러내는 과정을 상징하며, 그것은 곧 삶의 견딤과 유연한 적응의 비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색감과 판타지적 장면들은 상처를 지닌 우리 모두에게,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주는 매개체가 된다.
유지수 작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치는 행복을 동물들의 모습에서 발견하고자 합니다. 고슴도치는 특히 작가가 자주 다루는 소재인데요, 태어날 땐 연약한 솜뭉치 같지만 자라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만들어 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가시는 때론 타인을 다치게도 하고, 본인조차 다치게 합니다. 하지만 결국에 그 가시는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닌, 잘 다뤄서 자신의 강점으로 활용하게 되고, 그 모습을 통해 가시를 회복의 가능성으로 보았습니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내리고 배를 드러낼 수 있는 순간처럼, 사람도 다정한 시선 속에서 조금씩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작품 속에 잘 녹아 표현됩니다. 또한 순지와 비단 위에 한국화 기법을 활용하여 작가만의 조형 언어로 작품을 제작하는데요, 가장 얇은 화선지를 겹쳐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작업이 전개됩니다. 얇은 종이는 쉽게 찢기고 흐릿하지만, 그 위에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 올리면 결국 더 따뜻하고 견고한 작품이 완성됩니다. 이는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습니다. 연약한 마음들은 수많은 일들이 겹쳐지며 단단한 삶이 되어 갑니다.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가는 당신에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유지수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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