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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작가는 찻주전자를 중심으로 자연 정경을 정감있게 표현하는 작가이다.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시리즈에서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작가는 한지에 분채를 얇게 펴 발라 바탕을 누르고, 찻주전자를 더 높은 채도로 강조하고 있다. 또 번짐과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풍경을 표현하는가 하면, 세밀하고 섬세한 붓 터치로 자연물을 묘사한 흔적도 보인다. 이 때문에 화면 속의 원근감은 흐려지고 찻주전자와 자연 간의 이질성도 모호해진다. 차분하고 정적인 듯 보이는 작가의 그림은 '바람'을 담아내고 있다. 이는 자연현상의 바람(Wind)과 기대를 담은 바람(Wish) 두 가지 뜻을 모두 내포한다. 그렇기에 바람은 형태라기보다 내적인 심경의 표현이다. 화면에는 항상 바람이 불고, 또 머물고 있다. 다만 우리가 느끼거나 발견하기 어려울 뿐인 것이다. 바람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순수한 동경과 기원의 소리로 감상자들의 마음속에 잔잔히 울려 퍼지고 있다.
작품 속의 찻주전자가 어떻게 보이시나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찻주전자는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사물입니다. 그런데 화면 속에서는 특별한 주인공처럼 등장합니다. 이렇듯 김지연 작가의 작품에는 어떤 거창한 주제보단, 우리 삶과 일상에 대한 조용한 사색이 담겨있습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바람'이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나지막하고 순수한 파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바람은 감상자들로 하여금 회상을 불러일으키게 하기도 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만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광풍도, 돌풍도 아닌 담담하고 무심한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귀에 속삭이듯 전해지는 김지연 작가만의 언어에 귀 기울이며, 여러분들 내면의 바람 소리에 집중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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