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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공간을 타고 흐른다. 유년시절에 살았던 집, 골목, 상점과 같은 구체적 장소들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체성과 삶의 구조를 형성하는 주요한 축이며, 특정 문화가 공유되어 개인에게 내재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윤설희 작가는 이러한 장소들을 수집하고 해체하며,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의 흔적을 오늘의 풍경 위에 포개어 놓는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도시 풍경은 결코 하나의 실재를 나타내지 않는다. 대신, 시간의 중첩과 감정의 파편, 해석의 오차들이 얽혀 있는 왜곡된 장면들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주와 정착, 이방인과 공동체 사이의 경험을 도시 공간에 투영한다. 그가 경험한 타국의 도시 감수성, 문화적 충돌, 언어의 단절은 작업 안에서 해체되고 새롭게 엮인다. 도시의 건물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추출되어 하나의 화면에 병치되고, 서로 다른 조형 언어로 변환된다. 이처럼 왜곡된 도시의 모습은 장소와 감정의 복합적 조합으로서의 풍경이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자기 안의 기억을 상기하며, 각자의 해석 속에서 다시 도시를 살아낸다.
해외에서의 삶은 윤설희 작가에게 또 다른 시선의 전환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작가가 점유한 낯선 공간들, 다른 언어와 감각들, 그리고 느꼈던 소외의 감정은 도시라는 추상적 풍경 속에서 다르게 자리를 잡게 됩니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출된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은 결국, 작가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되었습니다. 익숙했던 유년의 골목과 집, 상점들은 그저 장소가 아니라 감정과 시간이 축적된 기억의 저장소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작가는 이 장소들을 그림 속에 다시 불러오고, 해체하고, 조합하면서 작가의 현재와 과거를 연결 짓습니다. 도시라는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서로 다른 공간들이 충돌하고 얽히며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은 꼭 정교하게 구성된 풍경이라기보다는 기억의 왜곡과 감정이 혼재된 흐름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윤설희 작가의 작품과 함께 우리가 잊고 지내는 추억의 장소를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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