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은 ‘빛’에서 시작된다. 밝음의 영역을 확대하거나, 어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이 공존하는 가장 미묘한 경계에 시선을 고정한다. 밤길에서 느낀 조명의 위안, 그것이 낮의 일상에서도 작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림의 출발점이 된다. 화면을 구성하는 것은 건물의 외벽, 복잡하게 얽힌 전선, 단단한 난간과 그림자의 단면이다. 이 요소들은 구조물이 아니라 감정의 궤적을 담은 지형처럼 존재한다. 작가는 도시를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다, 감정이 투사된 상태로 변형하여 표현한다. 그 결과, 관람자는 특정한 위치를 찾아내기보다 스스로의 위치를 상상하게 되며 공간과 자신의 결속력을 찾게 된다. 색은 사실을 반영하지 않고, 작가의 시선이 지나간 흔적처럼 겹쳐진다. 난간은 지나치게 선명하고, 건물의 외벽은 실제보다 더 밝거나 짙다. 이로 인한 존재의 감각은 사물의 형태보다 색의 감도로 전달된다. 창 너머로 움직이는 사람들, 굴절된 그림자, 철제 난간에 부딪혀 생긴 색의 밀도. 이 조형적인 탐색은 결국 ‘나’라는 존재가 이 공간에 어떤 방식으로 놓여 있는지를 되묻는 과정이다. 화면은 고정되어 있지만, 감정은 움직인다. 빛은 그 감정을 따라 흐르며, 관람자의 감각도 그에 따라 이동한다. 조명이 비추는 자리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나는 사람들이 공간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표출되는 감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존재의 위치를 확인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대상에 대한 탐구를 통해 존재에 대한 위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신서영 작가는 감정이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도시는 늘 똑같아 보이지만, 시선이 바뀌면 낯설어집니다. 작가는 이 익숙한 낯섦에서 출발합니다. 건물 외벽과 계단, 난간과 전선 같은 일상적 구조물들이, 색과 구도로 다시 배치되면서 전혀 다른 장면으로 다가옵니다. 선명한 계단 끝에서 멈춰 섰을 때, 혹은 창 너머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문득 감정이 따라오기도 하며 '어디쯤에 내가 서있었는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그림들은 공간을 그린 게 아니라, 공간 속을 걷는 사람의 감각을 그린 것 같다고 느끼게 합니다. 멀리서 보면 도시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감정이 느껴지는데요, 도시의 풍경에서 자신만의 온도를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영 작가의 작품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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