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에게 마음을 열고, 또 왜 때문에 멈추는가. 김흥숙 작가는 새라는 존재를 빌려 인간 내면의 심리와 우리가 맺는 관계의 모습을 그려낸다. 화면 속 새는 독립된 존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나’와 겹쳐진다. 날 수 없기에 바라보는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 보는 새. 작가의 작품은 바로 이 응시의 거리에 주목하며, 관계가 시작되고 무너지는 순간들을 담고 있다. 작가는 동양 수묵의 흐름과 서양 회화의 구성을 융합하여 구현하는데, 특히 청색을 주조로 한 화면의 단색성과 잔잔한 질감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면의 정적과 정제된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겹겹이 쌓인 아크릴의 레이어는 수묵화처럼 붓의 흔적을 최소화하며, 오히려 ‘침묵’의 미학을 드러낸다. 이는 본질적으로는 타자와 나 사이의 존재론적 경계에 관한 탐구이며, 관람자는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보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김흥숙 작가는 새의 형상을 빌려 인간 내면과 관계의 심리를 화폭 위에 풀어냅니다. 작가의 새는 그저 자연의 존재가 아닌, 타자이자 자아이며, 한 개인의 감정이 투사된 상징체로 표현됩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자 하면서도 온전히 타인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존재이며, 이 간극은 인간의 조건, 즉 연결을 원하지만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임을 시사합니다. 새들은 사람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존재하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 속에 우리가 잃어버린 본연의 관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이 새들은 때로는 자신이고, 때로는 타인이며, 어쩌면 우리 모두이기도 합니다. 김흥숙 작가의 '새들과의 대화' 작품을 통해 관계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공존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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