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띠
80x80cm (40호), 2020
* 작품에 따라 액자 처리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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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노트
“내가 제시하는 풍경들을 직면하고 나서야 홀로 서 있는 자아를 알아가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안태기 작가의 작품들은 한 편의 성장 소설을 연상케 하는 면을 지녔다. 작업은 경험에서 비롯되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과 상상력에 의해 변화되어 새로운 제3의 이미지로 거듭난다. 그리고 풍경에서 온 감각들은 내재된 이미지 덩어리들과 맞물려 종국에는 낯선 풍경에 다다르기에 이른다.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거닐며 작가는 계속해서 물질적 상상력을 지닌 이미지 덩어리들을 형성해 보여준다. 관람자들은 끊임없이 완성을 향해 가는 소설 속 존재에서 깨달음을 얻듯, 작품 이미지들이 발현되어 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에너지를 얻게 된다.
추천 이유
풀과 야산, 바위를 위시한 자연 풍경이 보이는가 하면, 해묵은 여러 감정들이 뒤엉켜 있는 내면이 떠오릅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인가 싶다가도, 낯설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다시금 정신을 일깨우게 되고요. 작가는 붓과 나이프 등의 도구들로 재료를 발라보며 우연의 효과를 기대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관람자들은 한 켜, 한 켜 두텁게 쌓아 올려진 물감의 질감 앞에서 결코 가볍지 않고 억센 필연의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에너지가 응축된 묵직함을 전해주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기이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작가만의 손감각에 따른 자유로운 표현 역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미지 덩어리들이 풀어내는 색다른 매력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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