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opos1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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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노트
박제경 작가의 작품은 섬세하게 짜인 레이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손수건이나 옷의 가장자리에 달려 주로 장식의 역할을 하는 레이스와 달리, 작품 속 레이스는 자신만의 고유한 형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어떤 레이스는 날개 모양으로 보이기도 하며, 어떤 레이스는 몸의 형상 혹은 꽃잎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어떤 레이스는 특정할 수 없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런 레이스 덩어리들은 작가의 이상적 세계에 대한 상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작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작품의 제목인 유토포스(U-topos)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스어로 ‘없다’라는 뜻을 가진 U와 ‘장소’라는 뜻을 가진 topos의 복합어인 U-topos는 ‘어디에도 없는 땅’을 뜻하며, 유토피아의 어원이 되는 단어이다. 레이스 내부의 정교한 디테일은 작가가 상상하는 유토피아의 특징들인 생명력과 자율성, 그리고 조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추천 이유
세밀한 선들이 직조하는 형태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선들은 캔버스에서 약간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선들이 만들어내는 형태가 정말로 레이스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작품 속 레이스는 우리의 시각적인 상상력과 촉각적인 상상력 모두를 자극합니다. 레이스가 가진 독특한 형태와 오묘한 색감은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작품이 촉각적 상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런 감각에 대한 환기를 극대화하는 요소들을 작가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곡선의 사용은 부드러운 것과 연결되며, 부드러움은 시각보다는 촉각으로 인지되는 속성입니다. 돌출된 선들을 사용해서 텍스처를 강조한 것 또한 촉각을 환기시킵니다. 촉각적 상상은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직조한 정교한 상상의 세계를 직접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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