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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소재로 한 박상미 작가의 작품들은 언뜻 보기에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지만, 수묵의 매력과 공간의 상징성에 주목한 동양 회화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두꺼운 장지에 수묵으로 드로잉을 하고, 그 위에 분채를 계속 칠하여 두껍게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때 배경이 되는 건축물, 화분 등은 선명한 색채로 표현하는 반면, 식물은 오로지 수묵으로만 표현한다. 이는 ‘식물’이 작가의 분신이자, 현대인의 상징으로서 익명성을 지닌 존재임을 뜻한다. 또한 주위 환경에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그 속에 섞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운명적 아이러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작가는 하나의 뿌리에서 다양한 형태의 줄기가 뻗어 나가는 식물의 모습을 통해, 모순된 생각과 감정이 한데 뒤엉켜 있는 우리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라한 이방인처럼 보여도 주변과의 소통과 조화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식물의 모습에서, 작가는 성장이라는 이름의 희망을 읽어내고자 한다.
저 너머로 보이는 다리와 숲, 들판과 거기에 서 있는 창고는 모두 선명한 원색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가로로 쭉 줄지어 있는 풀들은 무채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원색의 물결 속에, 바람에 맞혀 몸을 겸손하게 뉜 이 풀들은 주위 환경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오히려 더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여리고 약할지 몰라도, 서로를 의지하며 무성하게 자라나서 붉은빛 꽃까지 피운 기특한 풀들이거든요.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지금 이 땅에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살그머니 겹쳐 보입니다. 이 그림을 통해, 지금은 비록 무채색의 초라한 모습일지라도, 언젠가는 환한 빛깔의 꿈을 활짝 꽃피울 거라고 자신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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