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융합예술대학원 도자회화 석사
저는 도자를 물감처럼 사용하여 ‘그리는’ 대신 흙과 불을 통해 ‘만들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물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흰 흙에 도자 전용안료를 섞어 색흙을 만들고, 얇게 가공하여 1250℃의 불을 거쳐 캔버스 위에 다시 펼쳐냅니다. 평면회화와 도자부조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색과 질감, 시간의 흔적을 표현하며, 자연의 변화와 삶의 회복, 다시 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오랫동안 색과 아름다움이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다 흙을 만나면서 색을 단순히 칠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습니다. 흙과 안료, 불이 만나 예상하지 못한 색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저에게 새로운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 경험을 더 깊이 탐구하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의 작품에는 ‘새롭게 태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도자는 뜨거운 가마에 던져져 처절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피조물로 아름답게 환원됩니다. 우리의 삶 역시 세상에 던져져 어떻게는 살아냅니다. 각자의 위치와 삶의 순간에서 최선을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이 마치 도자와 닮아 있습니다. 삶에는 멈추고 흔들리는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상처와 시간을 지나 다시 자신의 빛을 찾는 과정을 흙의 색으로 표현합니다. 제 작품을 바라보는 분들이 잠시 쉬어가며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희망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흙에 안료를 섞어 직접 색이 있는 흙을 만들고, 이를 얇게 가공해 조각처럼 구성한 뒤 고온에서 소성하여 캔버스 위에 표현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색을 표면에 칠하는 대신 흙과 불의 과정을 통해 색 자체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저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색의 변화와 질감, 입체감이 평면회화와는 다른 깊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표현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특정한 한 작품만을 꼽기보다는 작업의 과정에서 제 마음의 변화를 담아낸 작품들에 특별한 애착이 있습니다. 색흙을 불에 굽는 긴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만큼, 각각의 작품에는 그때의 시간과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가마에서 소성된 작품을 마추칠 때마다 그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나온 모든 작품들이 언제나 설레고 감동스럽습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자연과 일상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사람의 삶과 감정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시 생명을 만들어내듯, 사람 역시 힘든 시간을 지나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습니다.특히 춥고 , 어둡고, 힘들고 괴로운 것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될 때 큰 감동을 얻습니다. 자연 역시 새롭게 변화되는 시점에서 감흥을 많이 얻습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꽃의 색, 빛의 변화, 나비의 움직임, 흙의 질감처럼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오래 바라보는 편입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는 제가 만들어내는 색과 흙의 물성을 더욱 깊이 탐구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우연성과 시간의 흔적까지 작품 안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또한 캔버스와 도자의 경계를 더욱 자유롭게 넘나들며 평면회화와 도자부조가 융합된 저만의 조형언어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색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희망을 전하는 작업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흙 통해 마음에 따뜻한 빛을 전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 작품을 보았을 때 단순히 예쁜 색과 형태를 보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과 마음을 잠시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흙과 불로 만든 저의 색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저는 주로 여유가 있을 때 철학에 대한 유튜브를 즐겨봅니다. 특히 까뮈나, 샤르트르, 니체와 같은 인물의 오디오북을 즐겨 듣습니다. 그리고 수영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간도 즐기고 있습니다. 오직 맨몸으로 물속에서 즐기는 유희는 저에게 자유와 창작의 열정을 샘솟게 합니다. 결국 저에게 취미와 일상은 작업과 분리되어 있다기보다 새로운 영감을 채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의 작품은 입체감과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는 삶의 무게와 깊이와도 관계가 있습니다.작품을 직접하는 것 이외에 예술감상 클래스나 워크샵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습니다. 작가로서 작품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예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삶에 변화된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줄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 저의 마지막 남은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