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나의 작업은 그리움과 결핍이라는 감정을 층위를 쌓는(layered)회화 방식으로 다룬다.
물감을 겹겹이 올리는 과정은 감정을 지우거나 억누르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층을 더하며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담았다. 화면에 쌓인 시간의 흔적처럼, 각 층은 이전의 감정을 완전히 덮지않고 은은히 비추며 공존한다.
작업 표면에는 격자, 기하학적 도형, 폴카 도트 같은 장식적 패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감정을 구체화하고 구조화하려는 시도이자 반복을 통해 리듬감과 안정감을 만들어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여기에 대비되는 원색의 보색 조합을 더해 감정의 진폭과 생동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화면 곳곳에 자리한 하트, X 표시, 발자국 같은 상징적 도상들은 채워지지 않은 욕망, 지나간 관계 와 단절의 순간, 흘러간 시간의 형상, 떠나간 존재의 흔적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은유한다. 이 기호들은 직접적인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관람자 각자의 경험과 감정이 투영될 수 있는 여백으로 남겨둔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개인전[날 멀리]와 여러 단체전, 서울조형아트페어 참여 등을 통해 이어져왔으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결핍과 그리움의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지나 오래 머무는 위안을 건네는 것이다. 층위를 쌓는 행위와 반복되는 패턴, 상징들이 만들어 내는 시각적 리듬 속에서, 관람자가 자신만의 그리움과 마주하고 이를 껴안을 수 있는 조용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말로 다 풀어내지 못하는 감정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늘 제 안에 쌓여만 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캔버스 위에 색과 형태로 그 감정을 옮겨놓았을 때, 말로는 닿지 못했던 지점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순간의 해방감이 저를 계속 붓 앞에 서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그림이 제 삶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결핍과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화면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어떤 부분을 안고 살아가는데, 저는 그 결핍을 숨기거나 부정하기보다 그림 안에서 함께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제 작업이 지향하는 지점은 위로입니다. 보는 이가 자신의 결여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기를 바랍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격자, 도형, 물방울무늬 같은 장식적인 패턴 체계를 화면의 기본 구조로 삼고, 그 위에 보색 대비가 강한 색채를 과감하게 배치합니다. 여기에 하트, X 표시, 발자국 같은 상징적 모티프를 반복해서 등장시키는데, 이 도상들은 저에게 그리움과 결핍의 감정을 압축해서 담아내는 일종의 언어입니다. 패턴의 반복성과 강렬한 색채 대비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장식성 뒤에 은근하게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라, 보는 사람이 자기만의 속도로 그 안의 정서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날 멀리》전에서 선보였던 작업들에 애착이 큽니다. 전시 제목 그대로, 멀리 떠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하나의 층위로 쌓아 올린 작업이었는데, 처음으로 제 안의 결핍을 온전히 화면 위에 풀어낼 수 있었던 시리즈였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제 작업 전체의 방향을 잡아준 기점 같은 작품들입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장면들, 그리고 마음 깊이 남아 있는 결핍과 그리움의 순간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특히 지나간 관계나 시간에 대한 아쉬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감정들을 오래 곱씹다 보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패턴과 색채, 상징으로 응축되어 화면 위에 자리 잡게 됩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까지 다뤄온 결핍과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도, 표현 방식에서는 패턴과 색채, 상징의 조합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싶습니다. 같은 정서를 다루더라도 매번 다른 층위와 구조로 풀어내면서,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그림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제 그림을 마주한 순간만큼은 각자가 품고 있는 결핍과 그리움을 잠시 내려놓고 위안을 얻었던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관찰하고 곱씹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취미이자 작업의 연장선입니다. 특히 꿈이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상징들을 들여다보며 의미를 해석해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꾸준히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결국 좋은 작업은 좋은 컨디션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에, 작업 외적인 루틴도 소중히 챙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