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고려대학교
미술교육과
석사
한국의 전통 도상과 종교적 상징을 90년대 애니메이션 감수성과 결합하여 동시대 시각문화에 반향을 일으키는 회화를 그립니다. 귀엽고 친숙한 이미지에 노이즈, 만다라, 유년의 기억을 교차하여 자극적이면서도 낯선 감각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ARTIST NOTE 작가노트]
반짝임과 불쾌함이 한 화면에서 동시에 살아 있는 상태
겹겹이 쌓인 평면적인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의미의 층
곳곳에 숨겨둔 뇌의 불순물들로 점철된 기묘한 이미지들
퍽 퍽 퍽…
내 삶의 모서리를 둥글게 둥글게 깎아 나가는 과정
하루 종일 넋 놓고 텔레비전만 응시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림 속 반짝이는 인형들, 헬로키티, 바비, 90년대 애니메이션(2000년대 초 한국에 막 수입되었던)…
한국의 십이지신을 변형한 캐릭터들은 유년기에 집요하게 반복되던 상징들인데요. 그것들은 귀엽고 친숙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어딘가 꺼림칙합니다. 자은 TV앞에서 보던 그 반짝임들이 지급의 내 화면 위에서 갑자기 겹치고, 또 일그러졌어요. 그 일그러짐은 다시 또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람한테는 어떠한 한 장면이 잊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엄마에게 말로만 들은 장면을 상상하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아빠, 술, 유흥, 그리고 엄마 혹은 나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 속에서 혼란과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기묘하고 기구한 내 인생을 닮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그림은 예쁘게, 예쁘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반복되는 도상을 수행처럼 그리다 보면 어떤 것들은 더 이상 특별하거나 아프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반복합니다. 그리고 다시 반복합니다. 폭력적이고 야하고 선정적이고 음침한 이미지들을 반복합니다. 이것을 평면 위의 패턴으로 환원시키며 차갑게 식히고, 정리하고, 다독입니다. 한 번은 교수님께서 내 작품을 보고 AI를 사용했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질문은 내게 당혹과 신기함을 동시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수작업으로 그려낸 표면과 질감이 역설적으로 알고리즘적 이미지 소비의 시대에 AI 이미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 그 경험은 작업의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손의 노동성, 회화의 물성, 이미지의 중첩을 통해 인간이 만든 이미지가 여전히 가질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래서 저는 정했습니다.
그래! 내 삶의 모서리를 둥글게 둥글게 깎아 나가자
곳곳에 숨겨진 뇌의 불순물로부터,
나에게 일어난 것이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도록,
겹겹이 평면적인 표면 아래에 의미를 꼭꼭 숨겨두고,
반짝임과 불쾌함이 한 화면에서 동시에 살아 있는 상태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