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한국화전공
학사
동국대학교
동양화전공
석사
건국대학교
디자인토털코디네이션
박사
1. 작업의 의도 – 내가 그리는 정원
저는 꽃과 고양이, 그리고 인물이 함께 머무는 작은 정원을 그립니다.
이 정원은 특정한 이야기를 강하게 전달하기보다, 바라보는 사람이 각자의 감정을 조용히 얹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화면 속 인물과 동물은 설명되지 않은 채 존재하며, 관람자는 그 사이를 거닐 듯 그림을 천천히 읽어가게 됩니다. 저에게 회화는 사건을 말하는 장르가 아니라, 머물 수 있는 풍경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2. 공간에 놓였을 때 – 조용히 분위기를 바꾸는 그림
제 작업은 공간을 압도하기보다, 공간의 온도를 조금 낮추거나 높이며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집의 거실, 복도, 상담실, 공공기관의 로비처럼 사람들이 오고 가는 장소에서 그림은 말없이 분위기를 정리합니다. 화려한 색을 사용하지만 결코 날카롭지 않도록 조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듯, 그림 역시 공간의 표정을 바꾸는 요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3. 그림을 읽는 법 – 천천히 보는 회화
제 그림에는 중심과 주변이 명확히 나뉘지 않습니다. 꽃잎의 결, 고양이의 눈빛, 인물의 표정이 비슷한 무게로 화면 안에 놓여 있습니다. 어디부터 보아도 괜찮고, 오래 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시선을 잠시 멈추었을 때 색이 겹쳐진 흔적이나 종이 위에 스며든 물감의 결을 발견한다면, 그 순간이 이 그림을 가장 잘 읽은 시간일 것입니다.
4. 재료가 주는 의미 – 한지 위에 스미는 시간
저는 한지 위에 동양화 물감과 수채의 방식을 함께 사용합니다. 물은 종이에 스며들고, 색은 겹쳐지며 서서히 깊어집니다. 이 재료의 특성은 즉각적인 표현보다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빠르게 마르고 선명하게 고정되는 물질과는 달리, 한지는 기다림 속에서 색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 느린 과정을 통해 화면에 숨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그림은 강하게 주장하기보다, 조용히 곁에 머무르는 회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한때 그림을 멀리 둔 적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했고, 다른 길을 향해 집중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시간의 공백이 생겼습니다. 몸이 멈추자 생각이 또렷해졌고, 그동안 의도적으로 지워두었던 감각들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 삶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언어는 여전히 그림이라는 사실을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기보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있던 감각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로 한 순간이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작업은 ‘공간 속에서 머무는 평화’를 이야기합니다. 꽃과 고양이, 인물은 모두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하나의 정원 안에서 균형을 이룹니다. 저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보는 사람의 일상 속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하루의 끝에 시선을 두었을 때 마음이 조금 정돈되는 경험, 그것이 제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얇은 한지 위에 동양화 물감과 석채를 사용합니다. 물이 스며들며 만들어내는 번짐과 색의 층이 화면에 자연스러운 깊이를 더합니다. 형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색은 겹쳐 쌓이며 온기를 남깁니다. 이는 공간에 걸렸을 때 부담 없이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섬세하고, 멀리서 보면 안정적인 구성이 제 작업의 특징입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꽃이 중심이 된 작업들에 애착이 있습니다. 저는 실제 꽃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여러 꽃의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듭니다. 하루가 다양한 감정으로 이루어지듯, 꽃도 여러 기억이 모여 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꽃은 제게 ‘좋은 기억을 담는 그릇’과 같은 존재입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계절이 바뀌는 순간, 길가의 식물, 일상의 공간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특별한 장소보다는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감정들이 작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정원을 걷는 느낌, 햇빛이 스며드는 창가의 분위기 같은 장면들이 그림으로 이어집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도 자연과 인물이 함께 머무는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대형 작업과 공간에 맞는 구성도 함께 고민하며, 그림이 전시를 넘어 실제 생활 공간 안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공간을 부드럽게 바꾸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조용히 곁에 머무는 그림, 시간이 지나도 편안한 감정을 주는 회화로 남고 싶습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식물을 가꾸거나 자연을 산책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시간이 작업의 호흡을 유지하게 해주고, 색과 형태에 대한 감각을 다시 정리해주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품을 통해 많은 공간과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전시뿐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제 그림이 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술이 특별한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