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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혜윤

HUR Hyeyoun

48점의 작품
48점의 작품

작가의 말

작가노트 — Much Loved

나의 작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사랑을 했고,
또 깊이 사랑받았던 관계가
이후의 삶에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바라봅니다.

이 작업은 하나의 장면이나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관계가 지나간 뒤에도
사랑이 어떤 힘으로 삶을 지탱하는지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합니다.
사랑은 끝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선택의 방향으로
이후의 시간 속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루고 있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나 끝이 아니라,
사랑을 건네고 난 이후에도
몸과 삶에 남아 버린 자세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다음의 시간을 살아가게 하는지,
나는 그 상태를 반복해서 바라봅니다.

유화는 이러한 사유를 붙잡기에 적합한 매체입니다.
겹겹이 쌓인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나는 쓰다듬듯이 쌓아올린, 겹겹이 쌓아올린 붓질로
이 관계의 시간을 화면에 남깁니다.

이 작업은
상실을 재현하거나 감정을 환기하기보다,
이미 주어졌던 큰 사랑이
어떤 힘으로 이후의 삶을 지탱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묻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이 작업의 일부는,
건네받은 사랑이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기견을 돕는 데 사용됩니다.

덧글
제목 너머의 말들은
인스타그램에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muuchloved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 작업은 사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부재 위에
무엇이 남는지를 오래 바라보는 데서 이어졌습니다.

받았던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그 부재 이후에 어떤 태도를 남기고
어떻게 다른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묻고,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사랑을 잇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거나
조금의 힘이 될 수 있다면,
내가 받았던 사랑은 결코 부재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작업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그림을 대여하고 판매하며 생기는 수익 또한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이기를 바라며
작가로서의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다정함이나 따뜻함이 아닙니다.

깊은 사랑들이 떠난 후,
그 자리에 남는 것이
상실과 애도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떠난 뒤에도
또 하나의 생명을 전해줄 수 있는 힘으로 남고,
그 이어지는 사랑 자체가
남은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된다고 믿습니다.

이 작업은
사랑 이후에도 계속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로 사용하는 매체는 유화입니다.
유화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소모되지 않고,
겹겹이 쌓인 흔적이 오래 남는 재료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붓질을 반복해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관계의 시간과 온기를 다루는 방식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유화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이미지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도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형태에 얽매이기보다,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잘 닿는 방식을 고민하며 작업해 나가고 싶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달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긴 여정의 작업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음속에 떠올랐던 이미지이자,
이 모든 이야기의 첫 장에 놓였던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작업은
잠든 강아지의 몸이 민들레 홀씨가 되어 흩어지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 작업을 통해 저는
부재 이후의 상실이 소멸이 아니라,
사랑은 생명 있는 씨앗을 품고
다른 형태로 남아
어떤 곳에서든 살아남으며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큰 위안과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특별한 작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문득문득 떠오르는 마음들,
그리움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순간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 마음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날은 꽃이 피고,
어느 날은 별이 지기도 합니다.
그 이미지들을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캔버스에 옮깁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위로와 다정함에 머무르기보다,
상실과 애도를 지나
그 사랑이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를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작업하고 싶습니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어떤 태도로 남아
다음을 살아가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사랑에 대한 다양한 마음과 형태들,
사랑 이후의 시간과
상실 이후의 시간을
함께 지나가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좋겠습니다.

그 시간들이
다시 사랑을 이어가는 또 다른 행동이 되고,
떠난 사랑이 생명을 이어간다는 믿음을
함께 나누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바람이 된 이들에게는 평안을,
숨이 있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울음을 품은 이들에게는
조용한 안도가 닿기를 바랍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걷고, 읽고, 살아 있는 것을 오래 바라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