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 학사
민화는 저에게 살아 있는 언어입니다. 전통의 상징과 현대의 고민을 겹쳐서, 감정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그려내고자 합니다. 제 그림 속 올랑이는 그 길을 함께 걷는 작은 수호자이자 질문자입니다.
Q.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민화의 상징성과 의미에 매료되어 숨은 그림찾기처럼 몰입하게 되었고, 삶의 가장 힘든 순간에도 그림은 저를 붙잡아 주었습니다. 때로는 그림 때문에 더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림 속에 담긴 감정으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서로 위로받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상과 나눌 이야기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 이야기를 가장 나답게 풀어낼 수 있는 방식이 바로 민화라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전통의 언어와 현대의 감정을 겹쳐 쌓아 오늘의 민화를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이 제가 끝까지 이어가고 싶은 작업입니다
Q.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주목하는 것은 삶의 감정적인 층위입니다. 사랑, 외로움, 불안, 그리움, 단절과 회복 같은 쉽게 붙잡히지 않는 감정들을 그림 속에 머무르게 하고, 관객이 스스로의 시선으로 감정을 꺼내어 보게 하는 것. 그것이 제가 그림을 통해 하고 싶은 일입니다. 제 그림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을 환기하고 기억을 머무르게 하는 장면으로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Q. 주로 사용하시는 표현 방법과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작업의 중심에는 올랑이가 있습니다. 전통 민화의 구도와 상징 속에 올랑이를 배치해 오늘의 감정을 담아내는 한편, 〈파경〉이나 〈부활 〉처럼 민화의 도상과 서사를 현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창작 민화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기법적으로는 분채와 석채를 활용한 전통적인 수간분채 방식을 따르되, 아크릴·과슈·디지털 프린트와 콜라주 등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꾸준히 실험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 그림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전통의 상징과 오늘의 감정을 겹쳐 쌓아 감정의 풍경을 구축하는 회화로 확장됩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특별한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연잎에 올랑〉과 〈올랑도, 우리에게 너희를 지키는 것은 약과야〉가 특별합니다. 이 두 작품은 올랑이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작업이었고, 무엇보다 제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단순히 좋은 평가를 넘어서, 그림이 하나의 언어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잇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올랑이의 출발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타인을 지키는 존재를 넘어 나 자신을 지켜주는 자아로 확장되었습니다. 이제는 관객 각자의 감정을 품어내는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제 작업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작품을 지금도 자주 바라봅니다. 여전히 제게는 처음의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거울 같은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통해 내가 처음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를 되묻게 하고, 그 다짐을 이어가게 만드는 출발점이자 원점입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의 영감은 특별한 사건이나 풍경보다도 내면의 감정과 깨달음에서 비롯됩니다. 삶 속에서 마주한 불안과 회복, 사랑과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그림의 언어로 변주되며 작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래서 제 그림은 일상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감정을 마주하고 해석하며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결국 저를 움직이는 원천은 삶을 통해 얻은 작은 깨달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감정의 결입니다.
Q. 앞으로 작업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도 민화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갈 것입니다. 전통의 형식과 상징을 기반으로 하되, 그 안에 지금 시대의 감정과 기억을 겹쳐 쌓아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저의 그림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감정을 환기하고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민화를 오늘의 감정과 겹쳐 쌓아올린 작가, 그리고 감정을 존중하는 기획자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감정으로 받아들여지며 조용히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Q. 작품 활동 외에 취미 활동이 있으신가요?
저는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늘 재미있는 이벤트나 새로운 방식을 생각하다 보면, 그것 자체가 제게는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집니다. 틈틈이 여행을 다니며 낯선 풍경에서 영감을 얻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Q. 작품 활동 외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기획자이자 교육자로서의 길도 걸어가고 있습니다. 여러 영역을 오가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예술이 사회와 만나는 방식을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저의 모든 활동의 바탕에는 하나의 모토가 있습니다.
‘나를 통해 너는 네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저의 그림이든 기획이든 교육이든, 결국은 각자가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꺼내도록 돕는 일이 제 목표입니다. 겉으로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듯 보일지라도, 그 모든 길은 타인의 마음과 이야기를 존중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습니다.